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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시험대 놓인 韓 외교.. 동북아 주도권 위해 극복해야할 것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09 17:32

수정 2015.03.09 17:32

사드·AIIB 놓고 美·中·日 사이 전략적 묘안 필요

[이슈분석] 시험대 놓인 韓 외교.. 동북아 주도권 위해 극복해야할 것들

지난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과 관련, 향후 한국의 대미외교 입지를 둘러싼 우려감이 커졌다.

한·미 양국이 '빛 샐 틈 없다'며 동맹을 강조 중인 가운데, 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워싱턴에서 일본과 경쟁 중인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약화되진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우리 외교는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최대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한 발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최근 동북아, 특히 한국을 둘러싸고 새로운 기류가 관측되고 있다.

기존 동북아 안보 구도가 바뀌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군사 등 측면에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그 사이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기류에 휩싸인 동북아정세

한국은 한·미 동맹을 중심 축으로 안보와 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과거사 인식 등 몇 가지 과제를 놓고 미국, 일본, 중국 사이에서 부지런히 주판을 굴려야 하는 상황이다.

사드의 경우 미국이 희망하지만 중국은 거북해하는 이슈다.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사드 구매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양국의 신경전이 만만찮다. 반대로 AIIB는 미국이 반대하나 중국이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일본과 맞서고 있는 과거사 문제의 경우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차관의 발언 이후 더 부각된 측면이 있다.

아울러 셔먼 차관의 발언으로 불거진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의 미묘한 역사인식차도 정교하게 봉합돼야 할 문제다.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으며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며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미국 보수언론으로부터 '동맹국가를 불필요하게 자극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한국 외교가에도 대미외교 방향성 정립 측면에서 경종을 울렸다.

최근 중국이 북한과 전과 다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 등도 동북아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갈림길 놓인 한반도

이 같은 변화는 우리가 활용 가능한 외교적 공간을 확대하는 계기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위기에 봉착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북아 새 시대를 열겠다는 중국과 기존의 세력구도를 이어가려는 미국 사이에서, 원칙을 지키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묘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시급한 과제가 AIIB다. AIIB 창립 회원국들은 AIIB를 올해 말 출범시킨다는 목표로 오는 6월 전에 모든 협상 및 문서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참여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운데 서방 국가에서는 올 초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참가의사를 공식화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나라가 (AIIB에) 참여하는 쪽이 향후 아시아지역 인프라 건설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우리 기업들을 위해서도 긍정적이겠지만, 국제적인 정세도 봐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국제정세'란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아시아 역내 국제금융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AIIB 참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AIIB에 쉽게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AIIB 연내 가입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발목 잡는 과거사

미국은 2012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표방하면서 일본의 군사력을 키워 중국을 대신 견제토록 하는 전략을 펴고있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동맹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가까운 사이로 잘 지내야만 하는 것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미국은 한·일 간 역사·영토 갈등 등으로 당초 기대했던 한·미·일 군사협력이 단기간 내 완성되기 어렵다고 판단, 우선 미·일 및 한·미 양자 간 군사협력을 병행 추진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가 여럿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일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산정책연구소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의 장애요인이 일본보다는 한국에 있다는 '한국책임론'이 미국 내에 계속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2015년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에서의 화해를 넘어 보다 구체적인 한·일 협력, 나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미국의 기대와 요구가 강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뻔히 보고 있는 중국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하지만 당장 동북아 안보 정세가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 만큼, 한국이 최소한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한·미 동맹을 더욱 견고히 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남북 관계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우리의 외교적인 레버리지도 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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