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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사이트에 가입.. 주민번호 도용 불안감 증폭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1 17:44

수정 2015.03.11 21:52

공공 아이핀마저 뚫려 본인확인체계 개편 필요

#. 30대 직장인 박모씨. 최근 공공아이핀 해킹사건 이후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의심스러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클린센터에서 인터넷 주민번호 이용내역을 확인해보고 감짝 놀랐다. 2003년 이후 인터넷에서 자신의 주민번호가 155건이나 이용됐는데, 이 중 워터파크와 파일공유 사이트 등 총 12개 사이트는 자신이 가입하지 않은 사이트였던 것이다.

최근 공공아이핀 해킹으로 주민번호 등 과거 유출됐던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민이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주민번호 인터넷 이용내역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주민번호 사용내역을 확인한 사람 대부분이 자신이 가입하지도 않은 사이트에 자신의 주민번호가 도용돼 가입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에 대한 삭제요청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번호를 본인확인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지만, 워낙 기존에 불법유출된 주민번호가 많아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주민번호 확인 늘어

11일 KISA에 따르면 올 2월까지 클린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 자신의 주민번호 인터넷 이용내역을 확인한 이용자는 12만5883명이었고,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됐다며 탈퇴를 요청한 건수도 12만636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주민번호 이용내역을 확인한 사람 한 명당 1건 이상 부당가입 사이트 탈퇴를 요청한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2억5000여만건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돼 사실상 전 국민의 주민번호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해 클린센터 홈페이지에는 전년 대비 2배를 웃도는 727만여명이 방문, 153만명에 육박하는 이용자가 자신의 주민번호 이용내역을 확인했다. 이 중 도용된 홈페이지 탈퇴 요청은 무려 160만7245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1~2012년만 해도 주민번호 이용내역을 조회한 이용자가 70만명가량에 그쳤고 탈퇴 요청도 40만~70만건으로 일부는 탈퇴요청을 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이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용자의 주민번호 도용 확인 의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는 도용에 의한 것"

학계에선 보통 클린센터에서 이용내역을 확인하면 성인의 경우 평균 100여건, 학생은 50여건이 검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최소 검색내역의 10% 이상은 도용된 주민번호가 이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도용된 주민번호로 가입된 사이트는 정작 주민번호의 주인이 가입ID와 비밀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탈퇴 신청조차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본인확인체계 개선을

유출된 주민번호는 인터넷에서 공공연히 거래되는데 최근에는 건당 10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 그만큼 유출된 주민번호가 인터넷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핀마저 부당발급돼 개당 2000원가량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의 본인확인체계 전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는 "데이터 먹이사슬 세계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는 주민번호가 이미 수차례 유출된 상황에선 아이핀이든 어떤 다른 정책을 펼쳐도 효력이 없다"며 "주민번호 사용도 경찰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하고, 민간에선 금융권을 비롯해 전면 사용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인터넷 본인확인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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