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현대무용과 거문고 선율, 수묵화가 만드는 즉흥무대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2 11:18

수정 2015.03.12 11:18

현대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연주하는 거문고 선율, 유유히 흐르는 가락에 춤추는 붓놀림으로 완성되는 수묵화가 관객의 눈과 귀를 홀린다.

13일 저녁 8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무대에 펼쳐질 풍경이다. '홍승엽' 대구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을 주축으로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나무와 바람'이 '소나무 흔들어 하늘을 닦는다'라는 이름으로 '금요공감'의 무대를 장식한다.

총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독특한 이력이 특히 눈길을 끈다. 섬유공학과 81학번으로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무용을 시작한지 2년 만에 84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홍승엽' 대구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은 현재 한국 무용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다.

1990년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리노로 입단했지만 현대 무용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3년 후 자신만의 무용단인 '댄스 시어터 온'을 창단했다.
창단 7년 만인 2000년에는 '프랑스 리옹 댄스비엔날레'에 초청됐고 이때 제작한 작품 '데자뷔'는 본래 3회 공연이 전석 매진되면서 5회로 연장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후 초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대구시립예술단의 예술감독으로 한국 현대 무용계의 지평을 넓히는 중이다.

홍승엽 예술감독과 함께 수묵 퍼포먼스를 펼치는 백성민 화백은 고집스런 화풍으로 한국 만화계의 장인으로 불린다. 만화 업계가 대량 생산과 복제, 웹툰 등으로 산업화 되어있는 구조 속에서 그의 만화는 펜과 컴퓨터가 아닌, 오로지 붓을 이용한 한국적인 선으로 그려진다.

"비싼 붓은 의도하는 대로 그려지지만 싼 붓은 그리다 의도하지 않은 기가 막힌 선이 그려진다"고 그는 말한다. 30자루 넘는 그의 붓통에 2천원에서 3천원하는 학생용 붓이 빼곡한 이유다.

함께 무대를 꾸미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역시 자신만의 연주법으로 음악 세계를 넓히는 주인공이다. 자신이 개발한 독자적인 술대를 이용해 스트록 주법(여러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치는 주법)으로 연주하거나 활을 사용해 음을 내기도 하고 괘(현을 받치는 나무지지대)를 제거한 현을 밀고 당기며 연주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창의적 음악 세계를 만들고 거문고 연주의 경계를 넓히는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한 차세대 예술전문인력으로, 거문고연주뿐만 아니라 작곡자와 음악감독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깨끗하고 맑은 음색으로 무대를 환히 빛낼 젊은 가객 박진희도 주목된다. 아정한 노래의 의미를 담은 '정가'를 부르는 박진희는 지난해 국립국악원의 음악극 '공무도하'에서 여주인공인 '순나'역을 맡아 정가 창법의 노래와 대사로 큰 주목을 받은바 있다.

박진희는 현재 국립국악원 정악단 소속 단원으로 2012년 정가극 '이생규장전'의 여주인공도 맡아 소리는 물론 연기까지 인정받은 재주꾼이다.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젊고 개성 넘치는 연기와 창법,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실험 무대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의 합동 무대는 모두 즉흥으로 꾸며진다.
홍승엽의 움직임에 맞춰 박우재, 박진희의 연주와 백성민의 그림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다. 관객들에게는 이날 특별한 차도 제공한다.
이들의 공연은 오는 13일 저녁 8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만날 수 있다. 전석 20만원. (02)580-3300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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