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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새내기 확 줄어든 증시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5 17:14

수정 2015.03.15 17:14

[차장칼럼] 새내기 확 줄어든 증시

지난해 1000명당 출생아 수 8.6명. 역대 최저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도 13년 연속 초(超)저출산국의 기준인 1.3명 이하에 머물렀다. 또 기혼여성 53.5%는 "자녀를 꼭 가질 필요가 없다"(2013년 보건사회연구원)고 얘기한다. '출산절벽'이라 할 만하다.

출산율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주된 지표다. 특히 노동력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3개(노동력 투입.자본 투자.총요소 생산성)의 엔진 중 하나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인구 고령화가 한국의 장기적 성장을 냉각시킨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앞으로 15년간 연평균 2% 초반 수준에 머물게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나랏일만은 아닌 것 같다. 자본시장도 저출산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상장된 기업은 7개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30개는 돼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지만 출생률은 몇 년째 바닥 수준이다. 그나마 코스닥에서 68개 아기(신규상장)가 태어나면서 들린 울음소리가 위안이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금액도 1조7533억원 규모다. 이마저도 제일모직이나 삼성SDS을 빼면 빈 수레다. 한해 4조원을 웃돌던 2010년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쪼그라든 IPO시장은 자본시장의 생태계까지 위협한다. 알짜 새내기를 찾기 힘들다 보니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바이오·핀테크 등 정책 테마 주변만 맴돈다. 또 투자대상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전부다. 이쯤되면 있던 식욕도 떨어진다. 덕분에 증권사 수익의 30~40%를 차지하는 브로커리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없다보니 정부나 업계가 떠들어 온 투자은행(IB)업무는 공수표다. 주식시장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70개 기업(코스닥 100개)을 신규상장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비비디 바비디 부~(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요)".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의 마법주문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릴 마법의 주문은 없을까. 지속 가능한 IPO시장 활성화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심사제도 완화 및 신속상장 등 갖가지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급 기관인 감독당국은 정작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불똥을 우려해서다. 장외 기업 상당수는 "상장 실익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경험적으로 상장은 곧 기업규제였고, 기업공개는 곧 수많은 공시의무 및 행동의 제한과 금지였다.

기업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상장은 '내 회사'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우리 회사'로 재탄생하는 전환점이다. 자본시장을 통해 투자 자금과 인재를 모을 수 있는 트레이드마크가 바로 '상장기업'이다.
여기에는 자율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공개가 '주식시장 활성화→기업 자금조달 확대→투자와 고용 증가→경기 회복'이란 선순환고리의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애국'이라는 거창한 개념은 멀리 있지 않다. 상장이 작은 애국의 실천 아닐까.

kmh@fnnews.com 김문호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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