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평화통일 기반 닦으려면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1974년 이래 남북으로 분단돼 있다. 그리스계와 터키계 간의 갈등 탓이다. 그러나 분단 이후에도 남북 키프로스 간에는 재통합 논의가 지속됐고 유엔을 중심으로 중재 노력도 활발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4년 4월 키프로스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됐지만 안타깝게도 통합안은 부결됐다. 북키프로스 주민 65%가 찬성한 반면, 남키프로스에서는 20% 남짓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통합이 실패로 끝난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적 요인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키프로스는 관광자원을 비롯해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7000달러를 넘는다. 이에 비해 북키프로스는 1인당 GDP 8000달러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남북 간 격차가 적지 않다. 통합 이후 떠맡을지 모를 재정적 부담이 남키프로스 주민들에게는 통일을 망설이는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올해는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분단이 장기화함에 따라 많은 한국인들이 분단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 가고 있다. 분단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10년, 15년 지속된다면 한반도에서도 키프로스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박근혜정부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기조로 설정한 것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2014년 1월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이어, 3월 드레스덴 통일 구상, 7월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그러한 노력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해 나가고자 한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계·종교계·학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가고 있으나 이러한 경향이 청소년들에게까지는 폭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등과 협력해 학교 현장에서 통일교육을 내실 있게 추진함으로써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가는 데 보다 역점을 두고자 한다.

둘째, 통일 준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이 결집돼야 하는 만큼 통일부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 모든 부문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통일을 위한 국가적 역량 결집과 제도화를 위해 가칭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제정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셋째,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나가고자 한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적 발전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왔고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순수 사회문화교류를 허용해 왔다. 작년 12월에는 이산가족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회담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전제조건을 내걸고 호응해 오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한편, 실천 가능한 조치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면서 남북 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넷째, 통일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통일이 남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대박이라는 점을 알림으로써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자 한다. 또한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통일이 민족의 당위라는 규범적 영역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넘어 구체적·실질적 준비라는 실천적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이 중장기적으로 직면하게 될 과제로 성장잠재력 둔화, 고령화, 양극화 문제 등을 꼽고 있고 그 돌파구가 통일을 통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통일의 비전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