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늘어나는 빚.. 잃어가는 빛

"정부가 대놓고 집을 사라고 한다. 전세가 오르는 건 막을 생각도 없고 월세로 갈아타라고 한다. 일반 아파트 월세가 얼마냐. 집값이 오르면 과연 서민이 좋을까? 내 자식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남겨주고,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앞이 막막하다."

기자가 최근에 쓴 '가계빚 증가 속도, 소득보다 2배 빠르다'(본지 3월 9일자 1면 보도)는 기사에 한 독자가 단 댓글의 일부분이다. 이 기사에는 이날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만 각각 7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댓글 한번 쓴 적 없는 본인으로선 독자들의 과분한(?)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이 같은 반응이 기사가 아닌 '빚' 때문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기자 역시 결혼 초반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작했고, 절반은 은행 소유인 집을 위해 지금은 매달 모기지론을 상환하고 있는 '빚쟁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20대 후반인 듯한 또 다른 독자의 댓글은 마음을 너무 아프게했다.

"월급 세전 120만원 안팎, 상여금 400%, 중소기업 계약직이면서 학자금과 월세 내느라 생활이 빠듯하다. 서른살 정도되면 학자금 다 갚고, 잔고 0원부터 다시 시작한다. 연애나 결혼은 빚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옷, 신발 산 지도 한 8~9개월 됐는데 여러개 겹쳐 입어서 가을·겨울·봄옷이 다 똑같다."

'빚'에 대한 위험성과 경고는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둘러보면 더욱 그렇다. 가계빚(가계신용)은 지난해 말 약 1089조원을 기록하며 1년전에 비해 68조원가량 늘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소위 '대출 비수기'로 불리는 1월에도 가계대출이 7000억원이나 증가, 2003년 10월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한 것을 보면 가계빚이 더욱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내리면서 돈 빌린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기도 하겠지만 은행빚을 지는 사람은 갈수록 더 늘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나라는 또 어떤가. 2013년 말 현재 중앙·지방정부를 포함한 국가채무는 490조원,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과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는 899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현재 중앙정부 부채가 2013년 말에 비해 45조원 더 늘어난 것을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중앙·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비금융 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는 1000조원이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빚' '나랏빚'이 각각 1000조원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빚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빚은 계속 늘고, 저성장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하늘 높이 치솟는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임금은 정체됐고 생활비는 증가하고,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장사가 안돼 돈을 빌리는 등 어쩔 수 없는 대출이 늘고, 돈을 빌리는 당사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민들이라면 더더욱 큰 일이다.

금리 인하가 디플레이션을 막고 내수를 부양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지만 달리는 말(빚)에 채찍질을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외상(빚)으로 소를 잡아먹게 하고, 정책 결정자들이 그 뒤에 텅빈 외양간을 고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bada@fnnews.com 김승호 정치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