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주민참여제 밑거름은 지방분권.. 도지사에 공약 이행할 충분한 힘 주어져야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8 17:05

수정 2015.03.18 17:05

[특별기고] 주민참여제 밑거름은 지방분권.. 도지사에 공약 이행할 충분한 힘 주어져야

지방정부를 경영해 본 사람이면 지방분권이 왜 필요한 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행정학자로 혹은 충남도민으로 충남도의 살림살이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충남도 유권자들은 자치단체장을 선출할 때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한다. 마치 5조3000억원에 대한 자율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에게 권한위임을 하는 것처럼 선거가 진행된다. 그러나 선출된 자치단체장은 겨우 2800억 수준에 대한 예산편성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지방자치는 정치적 희극이 된다.
선거행사 기간 동안 약속한 공약은 과도한 정치적 허세이거나 혹은 정치적 사기로 전락한다.

현재 충남도민은 200만명 정도이다. 이들의 욕구는 지역 사회경제적 구조의 특성 때문에 다른 시.도와 아주 다르다. 2800억원으로 200만 인구의 특화된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앙정부 보다는 충남도 정부가 주민들의 선호를 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들의 선호도가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납세자들이 직접 예산편성권한을 행사하면 정부와 정치적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제도들을 실행함으로써 자치단체는 정부-시민이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자치기구가 된다.

지방정부를 실질적인 자치기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권이 전제돼야 한다. 분권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참여제도들은 주민들의 실질적인 자치훈련을 발효시키는 용기가 되지 못한다. 예를 들면, 2010년 충남도는 제1차 도민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주민참여형 타운홀 미팅을 통해 전략과제를 선정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선정한 전략과제들은 도지사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들이었다. 주민참여형 정책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심사숙의를 통해서 결정된 사항들에 대해서 정책결정권자가 정책이행을 약속함으로써 주민들의 '힘 있는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힘 있는 참여'가 보장될 때 주민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 정치적 책임이 공유될 때, 자치훈련 혹은 민주주의 훈련이 시작되고 지방자치제도를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정치공동체(Polity)가 달성된다.

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주권자들의 자치훈련의 공간이 되지 못한다. 자치훈련을 경험하지 못한 주민들은 정부에 대해 요구만 할 뿐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다. 북유럽 사회에 존재하는 '납세자 운동'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남유럽과 남미에서 유행하는 '대중추수주의 정치'는 값싼 대중적 욕구에 정치엘리트가 인기주의로 반응하면서 만들어진 정치적 악순환이다. 실질적 분권은 주권자들의 자치훈련을 위한 전제다.
현재 한국사회가 가장 필요한 것은 주권자들의 민주주의 훈련이며 분권 없이 사회적 집단적 정치적 훈련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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