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제대로 불러야 이름값을 한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9 17:15

수정 2015.03.19 17:15

[특별기고] 제대로 불러야 이름값을 한다

우리 사회는 이름을 중요시한다. 왜냐하면 이름은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기업, 학교, 정당은 물론 최근에는 신설되는 전철역에도 이름을 정하는 데 매우 공을 들인다. 실제로 기존의 이름을 새것으로 바꾸어 소기의 성과를 올린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이름이 잘못 정해져서 피해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중의 하나가 다단계판매산업이다.
다단계판매산업은 제품을 써보고 만족한 소비자가 회원으로 가입해서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을 권유하고, 그 소비자도 다시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파함으로써 제품이 판매되는 유통산업이다. 다단계판매산업은 제품을 회사에 주문하면 물건이 중간 유통단계 없이 바로 회원에게 배달되는 직접 판매구조다. 다단계판매라는 말은 제품이 판매되는 데 기여한 회원들의 후원수당구조가 단계별로 이루어진 데서 비롯된 것이나, 유통산업의 명칭은 판매방식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현행 다단계판매 용어는 일반적이지 못하다.

더욱이 이 다단계판매 용어는 마치 제품의 유통구조가 단계별로 이루어졌다는 이미지를 주면서 다단계 유통구조로 인해 저가의 제품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사회 일각에서는 다단계판매산업을 사람만 모집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불법피라미드와 혼동하기까지 하여 유통산업으로서 다단계판매산업의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산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업종만큼 제도권이 정해준 거래의 틀에서 영업을 하고, 소비자 보호제도가 갖추어진 산업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다단계판매산업은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약 120개 업체의 4조7000억원 매출 규모에 570만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하여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570만명 회원의 대부분은 판매보다는 자가소비를 위해 가입한 회원들이며, 그중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후원활동을 하는 회원의 경우는 사업자로서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산업 성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명칭인 다단계판매를 현장의 판매방식을 반영한 '회원직접판매'로 용어를 바꾸기를 제언한다. 물론 개명(改名)만으로 다단계판매에 대한 오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가 건실하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모멘텀을 줄 수 있다.

다단계판매산업에서 전업 및 부업으로 뛰고 있는 판매원들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또한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2013년의 경우, 전체 다단계판매산업 매출액 3조9000억원 중 41.7%인 1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제품이었다. 다단계판매산업은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다.
'회원직접판매'로 용어를 개정하여 산업이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 유통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정당한 선택권도 보호해야 할 것이다. '회원직접판매'로 제대로 불러주어 이 산업이 유통산업의 일환으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치걸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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