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냄새 상표는 0건, 소리상표는 29건에 그쳤다. 소리와 냄새를 상표로 인정하게 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어떠한 당사국도 상표를 구성하는 표지가 소리 또는 냄새라는 이유만으로 상표의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과거 시각적인 요소만을 상표로 인정하고 보호받았던 것과 달리 한미 FTA 발효 이후에는 국내에서도 소리와 냄새를 상표로 등록해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2006년부터 소리상표와 냄새 상표를 보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리 상표로는 미국의 영화제작 및 배급사 '메트로 골든윈 메이어'(MGM)의 상징인 사자의 포효하는 소리가 있다. 냄새상표로는 미국 토너 전문 기업 세이어스에서 출시한 레이저 프린터 토너의 '레몬향'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미국의 잡지사나 출판사는 책에 씌워진 비닐을 벗기면 특유의 향기가 나게 끔 만든 뒤 해당 향기를 상표로 등록해 보호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소리상표와 냄새상표는 서구 선진국에서 일반화돼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에겐 여전히 생소하다. 도입 과정 자체가 한미FTA에 의거한 만큼 국내 산업계의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리,냄새 상표 도입 초기인 2012년에는 그나마 74건의 소리상표와 3건의 냄새상표가 출원됐지만 이듬해에는 소리상표 8건, 냄새상표 0건으로 급감했다. 지난 한해동안 출원된 소리,냄새 상표는 총 2건에 그치며 올들어서는 아직 한건도 출원되지 않았다.
소리, 냄새상표의 등록률도 2014년 소리상표 29건만 등록되는 등 상당히 낮다. 이제까지 등록된 소리상표로는 삼성전자가 '물에 닿을 때, 물을 휘저을 때, 물에서 뗄 때의 소리'를 연속해 조합한 효과음과 LG전자의 효과음 정도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유명 의류브랜드인 아베크롬비앤드피치나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에 들어가면 특유의 향기가 나는데 이 역시 상표로 등록돼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기위해 시각은 물론 청각과 후각을 모두 공략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냄새상표에 투자를 늘리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새 차 냄새'로 고민하는 자동차 업계다. 새 차를 인도받은 뒤 차량 내부에서 나는 냄새로 고객들에게 많은 민원을 받아온 자동차 업계는 아예 새 차 냄새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에서는 아예 새 차 냄새를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으며 롤스로이스나 캐딜락 같은 자동차 브랜드도 신차에 자사 고유의 향기가 나게 끔 제작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최근 소리와 냄새 관련 상표권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산업계는 이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명한 소리나 향기를 가져다 썼다가는 외국기업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권리를 빼앗겨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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