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술유출' 대기업보다 中企가 더 당했다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5 17:52

수정 2015.03.25 22:12

6년간 산업스파이 피해 대기업은 45건이었지만 중소·벤처기업은 170건
보안 취약해 쉽게 뚫려





#. A기업은 국내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정보통신(IT)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기업의 임원 B씨는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을 외장하드에 담아 유출했다. B씨는 유출한 기술을 기반으로 동종회사를 설립했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기술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산업기술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선진국의 원천기술보다는 상용기술 위주의 우리나라 기업기술에 산업스파이가 활개를 치고 있어 보안 관련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경쟁국 산업스파이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며 "향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유출 사례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보안의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25일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산업스파이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은 총 253건에 이르며, 이 중 중소·벤처기업은 170건에 달했다. 대기업은 45건으로 중소·벤처기업 피해건수의 25%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중소기업의 12.1%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으며 건당 피해규모는 연평균 15억원에 이를 정도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기술 유출 피해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취약한 셈이다.

중소기업 피해가 큰 것은 보안에 대한 투자가 적은 탓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의 기술유출 사례를 교훈으로 꾸준히 보안투자를 해오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기술보호에 투자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눈 앞의 영업실적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가 커 기술유출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유출은 전기전자가 8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계 75건, 정보통신 27건, 화학 13건, 생명공학 8건, 기타 46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전자와 기계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의 국제경쟁력이 뛰어난 분야에서 기술유출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안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보안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경쟁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어서다.

국내 중소기업은 원천기술보다는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발전 응용시켜 독자적인 기술영역을 개척해 왔으며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돼 첨단제품 생산 등 상용기술이 매우 풍부해졌다.


보안업체 전문가는 "중국 대만 등 첨단기술에 뒤처진 후발국 입장에서는 선진 기업의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곧바로 제품의 생산 판매가 가능한 상용기술을 더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경쟁국 산업스파이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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