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도청에 밥 묵으러 가자! 억수로 싸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6 16:45

수정 2015.03.26 16:45

[여의나루] 도청에 밥 묵으러 가자! 억수로 싸다

경남에서 시행하려는 학생 무상급식 폐지에 대한 찬반 언급은 무의미하다. 양쪽 의견 모두 장단점이 있는 일리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 자식에게까지 식사를 제공할 의무는 없다는 말도 맞다. 사실 정확한 표현은 '무상급식'보다는 '국민세비급식'인데 마치 선심 쓰듯 동냥식 '공짜밥'으로 한 끼가 제공된다는 굴욕감을 주는 뉘앙스의 단어로서 대단히 건방진 말이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빈부의 차이 없이 균등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유니폼처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학교교육의 일환일진대 의무교육이라고 밥 먹여주고 교복 입혀주고 연필, 책 사주고 다 해야 되느냐는 식으로 "학교에 밥 먹으러 가냐?"라고 호통치듯 옳은 말을 당당히 한다. 그 공공기관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의무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능력이 없어 다 못해드려 우선 죄송합니다. 그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겠습니다"라며 고개 숙여 말해야 그동안 소위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아왔던 많은 학생, 학부모, 반대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찬성자가 더 많다는 당당함만 가지고 밀어붙이는 퍼센트식 단순논리가 불쾌하며, 역시 국민의 세비인 국방비로 하는 군인들의 삼시 세끼를 우리는 무상급식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어린 학생들에 대한 배식 개념이 유·무상 급식의 장단점을 떠나 이리 건방져서야 되겠는가? 결과적으로 앞으로 학교 밥은 사관생도들의 밥상과는 다르게 유상이든 무상이든 철저히 돈의 개념이 섞인 치사한 밥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국가나 지자체가 과연 어른인가 싶다.

그런데! 그 판국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돈 내고 먹는 밥'이라고는 하지만 무상급식 개념의 식당들이 전국 도처에 즐비하다. 반값의 파격으로 있는 사람들도 몰려드는 인산인해의 식당들이 소위 직원식당이라는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다. 딸랑 단무지 한 접시의 자장면 가격이 5000원임에 비해 여러 고급 반찬의 정식 한 상이 2500원에서 4000원 한다니 이 파격은 거의 무상급식 수준이 왜 아니겠는가? 그러니 경남도청 식당의 경우 하루 900명이라는 인파가 직원식당이라는 의미가 무색하리만큼 몰린다. 거의 무상급식을 즐기고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는 있는 사람들의 걸식행위가 포함된 인원이다. 왜 900명씩이나 몰릴까? 싸기 때문이다. 급기야 도청 근처의 식당들이 상권을 보호해 달라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지경이다. 머쓱한지 일주일 중 하루 휴무해 마치 선심 쓰듯 생색을 내고, 이는 통영·함안 등으로 퍼진다. 예를 들어 경남도청이지, 이는 국회·정부 할 것 없이 무수히 많다. 어쨌든 식비를 내고 먹으니 유상급식이라고? 공평한 대안을 제의한다. 식당 이용객을 철저히 파악·분석해 있는 사람이 도청에 용무도 없이 밥만 먹으러 오는 거의 무상급식의 부조리를 봉쇄하거나, 식대를 1만원으로 인상함과 동시에 직원과 관계자만 이용해 국민의 세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을….

"각계에서 모인 고위급이 식사를 하면 누가 밥값 내나요"라는 질문에 그 답은 "식당 주인이 냅니다"랄 정도로, 높고 있는 사람들의 무상급식 같은 '공짜 갑질 횡포현상'은 너무나 많다.
무상 골프, 무상 고급 해외여행, 사랑의 정표라며 공짜 벤츠에 수천만원대의 공짜 명품을 받아먹는 공직자, 국방비를 도용해 공짜 떡고물을 챙기는 최고위 사성 장군들. 심지어 일반인들은 대가를 주고 성행위를 하는데 부하 여군, 여직원을 추행하며 무상 섹스를 즐기는 변학도의 후예들…. 그런 공짜 전성시대에 유독 어린이 식사 한 끼에 왜 그리 민감하고 급한지 쓴웃음이 마렵다. 유상급식하자! 옳은 말인데 고쳐져야 될 공짜 풍토에 순서가 틀린 것 같다.


도청에 밥 먹으러 갑니까? 도청은 그 양반들 밥 먹여주는 뎁니까? 경상남도 사투리로 외치고 싶다. "도청에 밥 묵으러 가자! 억수로 싸다!"

강형구 서양화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