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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권위와 힘을 뺀' 신임 비서실장의 소통학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7 17:29

수정 2015.03.27 17:29

[여의도에서] '권위와 힘을 뺀' 신임 비서실장의 소통학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방위적' 소통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낮은 겸손모드'와 '격의 없는 소통모드'로 대변되는 이 실장의 소통방식은 안으로는 '권위와 힘을 뺀'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수용을 뜻하며, 밖으로는 '벽을 허문' 소통공간 확보를 말한다.

이 실장은 임명 이후 수석실별로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하고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야말로 정권의 명운이 걸린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을 비롯해 크고 작은 파문으로 점철된 과거의 적폐를 딛고 철저한 자기 반성과 엄정한 자기 관리로 기강을 스스로 다잡아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본격적으로 국정과제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 부처 간 다양한 주요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당정청 간 관계 설정에 있어 청와대가 '수직적인' 일방통행식 업무지시가 아닌 '수평적인' 거중조정자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석비서관은 물론 비서관급, 행정관들도 수시로 정부, 정치권과의 '대화모드'를 유지하면서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가일층 분발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7일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메시지는 소통 확대와 기강 확립"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열린 마음으로 아래로부터의 의견도 겸손하게 듣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 실장은 대언론관계에 있어서도 그동안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언론과 수시 접촉해 정책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언로'를 트는 데 공을 들일 것을 당부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에도 나섰다. 친정인 여당은 물론 야당발 '불통' 논란을 잠재우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핵심 법안들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서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기보다는 스킨십을 강화함으로써 잠재적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에서다.

이 실장은 지난 26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상견례를 겸해 첫 회동을 했다.

첫 상견례인 만큼 '눈치작전'이나 '기싸움'보다는 '친정'인 새누리당과의 원만한 관계설정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후문이다.

이 실장은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민생경제법 통과를 위해 앞으로 국회와 수시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주 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등 야당 원내지도부와도 취임 인사를 겸한 만찬 회동을 한다.


이 실장은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적 기본에 충실하는 한편 야당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강화를 약속하면서 경제살리기법안 처리 등 다양한 정국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장의 취임 후 첫 '데뷔작'이 박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 3자회동이었다는 점에서도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치권과의 거리 좁히기를 통해 '세련된' 의회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풍부한 국정 경험에다 세련된 노련미, 낮은 자세로의 겸손함, 여야를 넘나드는 인적 네트워킹, 뛰어난 조직장악력 등을 두루 갖춘 이 실장의 향후 소통 로드맵이 자못 궁금해진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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