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리콴유 前총리는 우리 시대 지도자" 朴대통령, 폭우속에서 마지막 배웅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9 17:11

수정 2015.03.29 22:24

79년부터 시작된 인연에 4시간여 국장 현장 지켜
동남아 정상들 대거 참석 美, 클린턴 前대통령 보내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가 지난 1979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아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그를 만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싱가포르의 '국부' 리 전 총리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가 지난 1979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아 영빈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그를 만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싱가포르의 '국부' 리 전 총리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전 총리의 국장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리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고, 리 전 총리의 아들 리셴룽 현 총리 등 유족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이 국외 정상급 지도자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6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장례행사에 참석한 이후 우리나라 정상이 국외 정상급 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15년 만이다.

이날 새벽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내린 박 대통령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12시50분께 장례식장에 도착, 본행사와 리셉션을 포함해 4시간15분간 행사장에 머물면서 리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에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였다"며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이고, 한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영문으로 쓰고 서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국장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 등 18개국을 초청했으며, 박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 영국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하원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 서명 전 캄보디아 훈센 총리,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미얀마 테인 세인 대통령 등과 잠시 인사를 나눴고 조문록 서명 후 장례식장에 입장해 존스턴 캐나다 총독, 메이트파레 뉴질랜드 총독과 인사 후 자리에 앉았다.

이어 왼쪽에 자리한 이스라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과 오른쪽에 앉은 미얀마 테인 세인 대통령과 잠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이 착석한 자리의 하단 줄에 다른 정상급 인사들과 앉아 장례식을 지켜봤다.

이날 장례식은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싱가포르 국회의사당에 안치됐던 리 전 총리 운구는 시청, 파당광장, 싱가포르 콘퍼런스홀 등 시내 중심가를 돌아 장례식장까지 15.4㎞를 이동하며 싱가포르 국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은 비를 맞으며 '리콴유'를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꽃을 던지며 리 전 총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국장은 리셴룽 총리를 시작으로 토니 탄 대통령, 고촉통 전 총리, 옹팡분 전 장관 등 10명이 추도사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탈퇴한 뒤 초대 총리로 취임해 25년간 집권했다.

일요일인 이날 쇼핑, 외식업계도 대목이었지만 메트로, 탕스 등 시내 일부 대형 상가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문을 닫았고 추모객의 교통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도 연장 운행에 들어갔으며 동남아 최대 카지노업체 중 하나인 젠팅싱가포르는 장례식이 열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카지노 영업을 중단했다.



싱가포르민간항공국(CAAS)과 경찰도 이날 오전 11시~오후 6시 운구 행렬 상공에서 소형 무인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고 3200만원의 벌금과 최장 15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당과 전국 18곳에 설치된 추모소에는 전날까지 150만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아 리 전 총리를 애도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전날 보아오포럼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해 "리 선생은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전략가이자 정치가로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 아시아와 세계의 교류와 협력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리 선생을 비롯한 아시아의 평화 발전에 기여한 모든 선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인홍 기자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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