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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우리시대 이야기하는 현대적 작품"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31 15:51

수정 2015.03.31 15:51

윤광진

"연극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어느 작품보다도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입니다. 새로 번역을 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바꾸지 않고 원작에 충실했어요. 그 자체로 우리 시대와 소통하는 연극이죠."

3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리어왕'의 연출가 윤광진(사진)은 "이번 '리어왕'은 과거와 현대가 중첩된 시대를 나타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서도 가장 심오하고 진지한 작품으로서 '셰익스비어 비극의 정수'로 꼽힌다. 명동예술극장은 이 작품을 올해 첫 제작공연으로 내달 19일부터 5월 10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노쇠한 리어왕이 한 순간의 실수로 막내 딸 코딜리어를 내치고 믿었던 두 딸에게 배신을 당해 황야로 쫓겨나 미쳐서 결국 죽는다는 내용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빈부격차, 세대문제, 노인문제, 가정과 국가, 자연과 운명 등 인간사의 문제들을 집약한 총체극으로 평가받는다.


윤 연출은 "'리어왕'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연극이다. 세대 간 문제, 노인 문제 등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관객들이 다양한 초점으로 자신과 연관시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출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못생긴 남자' '황금용' 등으로 각종 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면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셰익스피어를 많이 읽고 좋아했지만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고 어떤 공연장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도전하게 됐죠."

윤 연출은 "영국에서는 '리어왕'을 에베레스트 산으로 비유한다"고 했다. 정상을 정복하도록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연습하면서 조난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희망할 만큼 굉장히 힘들다"며 "정상에 오르면 다른 연극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보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작의 언어와 통찰을 선명히 드러내기 위해 윤 연출은 번역도 직접 다시 했다. 두달에 걸쳐 7차례 수정했고 고연옥 작가의 윤색으로 완성됐다.

"셰익스피어의 핵심은 원문에 있습니다. 원어 작품이 굉장히 폭력적, 공격적, 호전적인데 기존 번역에서는 이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어요. 이번 번역도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번역 가운데 가장 좋은 대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단어가 가진 의미와 여기서 파생되는 이미지를 생각해서 무대 위에서 가지는 조형성을 중시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끝없이 헤매고 돌아다니는 연극 내용상 장면 전환도 많다. 그러나 무대는 단순하다. 가림막 없이 무대 전체를 사용하며 중앙에 8m 폭의 경사무대를 들어올려 폭풍우 치는 황야와 흔들리는 땅을 표현한다. 무대는 무대미술가 이태섭이 디자인했다.

'리어' 역은 피터 브룩, 그로토프스키 등 세계적인 연출가들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 장두이가 맡았다. 윤 연출과는 지난 2012년 연극 '아메리칸 환갑'에서 작업한 인연이 있다.
윤 연출은 "고전 작품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고 셰익스피어 작품과 잘 맞는 배우라 생각해서 출연을 제안했다"고 했다.

장두이는 국내에서 '리어왕' 출연이 세번째이지만 '리어' 역할은 처음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굉장히 큰 산이고 엄청난 대양 같아서 연기자로서 특히 부담스럽고 그만큼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요즘은 잠자면서도 대사가 떠오를 만큼 '리어'가 몸속에서 탄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4월 16일∼5월 10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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