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지방공기업 마구잡이 설립부터 막아야

행자부, 종합혁신방안 내놔.. 지자체장 의지에 성패 달려

정부가 지방공기업 설립 단계에서부터 운영평가, 퇴출까지 중앙에서 적극 개입하는 내용의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3월 31일 국무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지방공기업을 새로 설립할 때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해 구성한 설립심의협의회의 심의를 받게 했다. 운영 과정은 재무제표에 기반한 투명한 경영평가로 효율성 제고를 꾀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준에서 벗어나는 부실 공기업은 구체적인 청산 기준과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지금까지 제기된 지방공기업 문제에 대한 종합처방전으로 만시지탄이지만 옳다. 애초에 부실 공기업 설립을 차단하기 위해 설립 타당성 검토를 강화하고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실명제를 도입한 것은 잘못된 판단을 원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기업이 벌이는 신규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강화한 것도 진일보한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국적으로 390여개에 달하는 지방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 2013년 기준 74조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지자체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 대비 채무 비중이 2003년 27%에서 2011년 절반에 가까운 48%로 급증했다. 부채규모도 같은 기간 21조원에서 67조원으로 2.5배나 늘었다. 오투리조트 운영 공기업인 태백관광개발공사 사례는 지방공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잘못된 수요예측에 근거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준공 5년 만에 부채 3400억원에 부채비율 1만6000%라는 '깡통회사'로 전락했다.

일각에선 공기업은 물론 일부 지자체마저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할 판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방 공기업 부실화가 지방정부에 이어 중앙정부의 재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거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도 지방공기업 부실의 영향이 크다. 지방공기업 부실화는 지방정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고, 그것이 중앙정부로 파급된 것이다.

이제 공은 지자체로 넘어갔다.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이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하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그런 만큼 개혁의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은 단체장에게 있다. 단체장은 무리한 공기업 설립과 공기업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줄이면서도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영혁신을 독려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그 근본은 기본에 입각한 철저한 성과와 효율성 위주의 공기업 운영원칙을 세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