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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잊지말자" 공연계 세월호 1주기 추모 잇달아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1 15:15

수정 2015.04.01 15:15

공연계에 세월호 1주기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예정된 공연을 모두 취소하며 애도했던 공연계가 이번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공연을 잇달아 무대에 올린다. 단순히 위로하고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자성의 의미가 더 크다.

■안산시 "세월호 아픔 기억하자"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이 여전히 남은 안산시에서는 다양한 추모 공연이 열린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오는 18일 오후 7시 해돋이극장에서 '리멤버 포에버'라는 주제로 신춘음악회를 연다. 세월호의 아픔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공연을 통해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 공연에는 김창완 밴드를 비롯해 생황 연주가 김효영, 재즈 보컬 말로, 여성 정가(正歌) 앙상블 '소울지기' 등 네 팀의 무대로 꾸며진다.

오는 5월 1~3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도 세월호의 의미를 되짚는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지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1회를 맞는 안산의 대표 축제로 국내외 거리 예술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거리극을 선보인다. 올해 축제에 오르는 국내외 61개 작품 중 10여편이 세월호 참사를 기릴 예정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개막작 '안녕'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개막작 '안녕'

개막작인 오브제극 '안녕'은 희생자와 남은 사람들에게 평안을 기원하는 인사를 전한다. 프랑스의 에어벌룬 공연 '비상'은 하늘과 바다의 풍경을 그리면서 아픔의 흔적, 흩어진 기억들을 다시 한번 더듬어 보는 작품이다. 시민들이 종이 상자를 쌓아 대형 건축물을 만드는 설치미술 '시민의 건축'에서는 등대를 만들 예정이다. 안산 지역 고등학생과 교사들이 8~19개의 에피소드로 된 2인극을 만드는 '올모스트, 단원'은 단원고 학생들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안산시의 고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경기 화성에서도 함께 아픔을 나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오는 16일 오후 5시 화성시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음악회 '진혼'을 연다. 사물놀이 김덕수를 중심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진도 씻김굿 형태로 진행된다. 길놀이로 시작된 공연은 무속음악과 사물의 예술행위를 기본으로 원혼들의 넋을 기리고 동시에 관람객 모두의 복덕을 빌어주는 역동적인 몸짓을 통해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안전한 사회를 기원한다.

■호주 예술가가 풀어내는 한(恨)
델루즈:물의기억
델루즈:물의기억

델루즈:물의기억
델루즈:물의기억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16~25일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특별기획 '델루즈(Deluge):물의 기억'을 총 8회 공연한다.

'델루즈:물의 기억'은 호주의 대표 시인 주디스 라이트의 '홍수(Flood)'를 모티브로 한 작품. 지난 2011년 2월 호주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실종자들에 대한 아픔을 위로하고자 제작됐다. 무대 위에 가득 널린 물병들이 물에 대한 소소한 연상을 일으키고 특별한 대사 없이 단지 소리와 강렬한 몸짓만으로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오롯이 전달한다. 미묘한 변형, 폭발적인 안무, 증폭된 목소리를 이용해 한국 특유의 한(恨)과 신명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이를 호주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작품은 무용, 음악, 신체극 등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호주의 젊은 예술가 제레미 나이덱(32)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 공연을 총괄 기획한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반복되는 비극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런 비극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어떤 것이 있는지를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강조했다.

오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에버그린팝스오케스트라가 펼치는 '더 콘서트:4분16초 타셋(TASET)' 무대가 열린다. 타셋은 클래식 용어로 '긴 휴식'을 뜻한다.
이번 공연에는 서울 영동초, 덕산중, 김포 제일고 등 6개 초중고교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뮤지컬 갈라쇼, 합창, 연주, 댄스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전혜선 에버그린팝스오케스트라 대표는 "슬프고 우울한 추모식은 아니다.
지금은 가장 약자이지만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아파만 하지말고 이 아픔을 딛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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