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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집사는 사람 늘었는데 하우스푸어 대책은 있나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3 16:28

수정 2015.04.03 16:28

[여의도에서] 집사는 사람 늘었는데 하우스푸어 대책은 있나

정부의 저금리 기조 속에 각종 대출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서민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대출채권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9조7000억원에 달한다. 1월보다 3조9000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저금리 정책은 금리를 장기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은행예금을 줄이고 이자비용을 늘리면서 부동산 가격을 증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유례가 없는 저금리에 자산가들은 은행을 대신해 여유자금을 부동산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4년 3월~2015년 3월)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45%(1509만→1546만원)에 그쳤으나 대부분 투자용인 재건축 아파트는 5.05%(2771만원→2911만원)로 2배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여윳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값의 '기이한' 상승은 2004~2005년 시장과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당시로는 최저인 3.25~3.75%의 기준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이 같은 저금리로 인해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2002년(1612만원) 대비 2006년(3254만원)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4년 만에 201%를 넘었다. 이 처럼 최근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는 저금리를 이용해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이를 되팔면서 다시 자산을 증식시키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더욱 문제가 된다. 빚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서민들은 투자 목적성이나 기대심리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지불하는 금융비용을 상쇄하는 이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비용이 자신의 기대치보다 높다면 가계의 자금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혼부부가 최근의 저금리를 바탕으로 빚을 내 신혼집을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전용면적 60㎡ 이하는 3억931만원, 60~84㎡는 4억7712만원 정도다. 디딤돌대출을 이용할 시 최고 2억원을 대출받는다 해도 우선 2억7000만원 정도의 종잣돈이 필요하다.

종잣돈이 있더라도 이자부담은 크다. 생애최초구입자로 10년 분할 상환을 계획하고 3.1% 기준금리에서 0.2%포인트의 금리를 우대받아 2.9%를 적용받는다고 하면 디딤돌대출의 경우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이 원칙이기 때문에 매달 200만원가량이 지출된다.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324만원가량이다. 주거비로만 10년 동안 61%를 지출해야 되는 셈이어서 서민들의 생활은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거비에 지출하는 비율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게 된다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정부는 빚을 내서 집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기에 앞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끝 모르는 전세난을 외면한 채 저금리만 앞세운다면 향후 대출 없이도 집을 유지할 수 있는 자산가들과 단기투자자들의 배만 불릴 뿐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여봄 직하다.

pio@fnnews.com 박인옥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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