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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터넷은행 설립, 기업에도 기회 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7 16:58

수정 2015.04.07 16:58

銀産분리 집착은 시대착오.. 핀테크 도약의 발판 삼아야

인터넷은행 설립을 가로막아온 은산(銀産) 분리 규제가 연내 풀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인터넷은행 설립 촉진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 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30%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규제가 풀리는 대상은 산업자본 가운데 자산이 5조원 미만인 그룹이며 삼성, 현대차 등 61개 대기업군은 제외키로 했다. 오는 16일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인터넷은행은 금융분야에서 급성장이 예견되는 미래 유망산업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은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은행의 소유 제한을 없애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했다. 일본의 소니·지분·라쿠텐뱅크와 미국의 알리뱅크, 독일의 BMW뱅크 등은 모두 이 시기에 탄생한 인터넷은행이다. 이 중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설립한 알리뱅크는 불과 10년 만에 자산 106조원에 연간 1조원의 순이익을 낼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일본 인터넷은행들도 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연평균 32%의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우리보다 저만큼 앞서 가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금융과 ICT를 융합하면 낙후된 금융산업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핀테크(fintech)이며, 그 핵심 영역이 인터넷은행이다. 우리는 핀테크산업에서 선발주자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15년 이상 후발주자로 밀려나게 됐다. 이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도 없이 관료주의 타성에만 갇혀 있었던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혁신과 도전이 두려워 보신주의에 젖어 있는 우리 금융업계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막는 은산분리 제도를 허무는 것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는 보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우선 소유규제 완화가 인터넷은행에만 적용되며 기존 은행에는 현재의 은산분리가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자본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는 미래에셋 등과 같은 순수 금융자본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른바 재벌기업이라 할 수 있는 61대 기업군이 규제 완화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국내에도 일부 IT 대기업이나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업 환경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은산분리 제도를 금과옥조처럼 안고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털어낼 건 털어내야 한다.
신기술 도입을 통한 금융산업 발전의 기회를 더 이상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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