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뜨거웠지만 허무했던 '성매매처벌법 공개변론'... 법리는 부족, 당위성만 강조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9 17:40

수정 2015.04.09 17:40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9일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를 놓고 위헌론과 합헌론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날 위헌론 측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의 열악한 처지를 강조하면서 '생계형 성매매'에 대해서만이라도 처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생계형 성매매를 위한 제한적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지역에서는 성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서울종암경찰서장인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사건 위헌제청 신청인인 성매매 여성은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친척집을 전전하다 친적마저 사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게 됐다"면서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의 비참한 실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UN 등 국제 인권기구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사회의 도덕감정의 충족을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처벌해야 되겠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위헌 측 신청인 변호인과 참고인들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헌법재판관들의 집요한 질문에는 "처벌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진술하는 등 다소 엇갈린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성매매를 제한된 지역에서 허용할 경우, 성매수남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그렇다면 지역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고, 위헌·합헌이 달라진다는 말이냐"는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기도 했다.

합헌론을 제기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등 정부관계자들의 주장도 아쉬움이 있었다.

"성매매처벌법 제정 이후 집창촌 규모와 종사자가 크게 줄었다"면서도 성매매 단속으로 인한 풍선효과와 관련한 명백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성매매 단속과 관련한 헌법재판관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어떤 행위를 처벌하려면 반사회적 측면이 있어야 하는데, 성매매는 어떤 반회적 측면이 있느냐'는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대해 '건전한 성풍속'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헌재 안팎에서는 합헌 측이나 위헌 측 모두 논리정연한 법리를 제시했다기 보다 당위성을 역설하는데 급급해 스스로 논리적 모순을 맞기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합헌 측 참고인으로 나선 최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성매매는 여성의 몸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등 인간을 대상화하고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면서 "성매매에서 인격이 파괴되는 것은 당사자들로서 자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최 변호사는 '성매매를 합법화 한다고 해서 성매매 종사자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성산업이 폭증하고 성폭력이 증가하며 청소년이 유입되는 등 문제가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또 강릉원주대 오경식 교수는 "성매매를 처벌할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 누구를 처벌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위헌·합헌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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