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오만 가는 UBC '발레 춘향'.."어깨 가리고 술병 없애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3 13:07

수정 2015.04.13 13:07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오만 정부의 초청으로 오는 16~17일 로열 오페라하우스 무스카트(ROHM) 무대에 오른다. 중동의 특수한 문화를 반영해 '수위를 조절한' 창작발레 '춘향'을 들고서다.

지난 2007년 고양문화재단과 공동 제작으로 초연한 '발레 춘향'은 지난해 9월 음악, 안무, 무대, 의상을 완전히 바꿔 다시 무대에 올라 '발레 한류'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만프레드 교향곡' '교향곡 1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발레 음악으로 편곡해 세계와의 소통을 시도한 것. 의상과 무대도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오만에서도 이 버전으로 공연한다.

다만 이슬람 문화권인 오만의 정서를 고려해 작품을 일부 수정했다. ROHM 측의 정중한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선 무용수들의 맨살을 가렸다. 1막에서 창포 물에 머리를 감는 장면과 2막에서 기생들의 인원과 명단을 파악하는 기생 점고 장면에서 무용수들의 옷은 전부 긴소매로 바뀌었다. 이슬람 규범에 따라 여성은 신체를 노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에서는 무용수들이 어깨를 완전히 드러내거나 소매가 없는 의상을 입었다.

'19금' 장면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발레 춘향'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춘향과 몽룡의 합방 장면을 반투명 막으로 가렸다.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농염하게 표현되는 파드되(2인무)에서 몽룡이 춘향의 옷을 벗기는 장면이 다소 선정적일 수 있어서다. 오만 관객들은 실루엣만 보고 해당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변학도가 기생들과 술을 마시며 노는 장면도 전면 수정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음주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술병처럼 음주를 상징하는 소품이 등장해서도, 술에 취한 연기를 해서도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1년 개관한 ROHM은 오만의 왕립 공연장으로 최신 시설의 초호화 오페라하우스로 유명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개관 당시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발레와 함께 한국 발레 최초로 중동에 입성해 '발레 심청'을 공연한 바 있다.
'가족애'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가 현지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최초 스타 발레 부부인 황혜민과 엄재용이 춘향과 몽룡을 연기한다.
강미선과 이동탁도 같은 역할을 맡는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