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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부패와의 전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4 17:10

수정 2015.04.14 17:10

[여의나루] 부패와의 전쟁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인간관계를 중시하면서,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緣故)를 각별히 따진다. 그런데 이런 문화와 전통은 부패와의 전쟁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이 연고주의의 폐해를 제거하려는 싸움이 벌어지면서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부패가 널리 퍼져있다 보니 부패를 세게 잡으려다 보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가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표적수사를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람 만나 따스한 밥 한 그릇 나눠먹으면서 이런저런 지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인간 삶의 일상적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공직자가 비싼 음식을 얻어먹으면 형사처벌이 되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천신만고 끝에 탄생되었다.
그런데 당초 원안과 달리 법 적용대상에 민간인 신분인 언론인을 집어넣고, 반면에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고충·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에서 빼버렸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의 부패지수는 2012년도 45위, 2013년도 46위, 2014년도 43위를 기록해 선진국 중에는 꼴찌 수준이다. 부패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동안 부패 청산 노력을 꽤 했다고 생각되는데도 부패지수는 꿈적을 않고 있다. 어째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까. 그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정치인의 부패 청산 노력이나 의지가 미미한 점을 꼽고 싶다. 영향력이 막강한 국회의원이 지역 유권자나 사업자의 민원·고충을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는 것은 바로 합법을 가장한 로비이자 압력이 될 위험이 크고, 여기에 불법 금품수수가 따를 여지가 많다. 청탁의 적법과 불법 사이의 애매한 경계는 누구에게나 놓여져 있는 것이고, 이는 시행령 등을 통해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 되는 것이지, 자신들만 불법청탁의 예외로 특권을 누리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처사다.

한편 공적 영역에서의 부패 청산도 요원한데 민간 영역에 속하는 언론을 '공직자 등'에 넣은 것은 성급한 느낌이 들고, 이에 언론이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언론에서는 이 법이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압도적 찬성으로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에서조차도 언론의 거센 공세 때문인지 법 통과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잘못된 법이라고 개정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런데 민간 영역 사이에서 오가는 금품에는 감사와 정이 밴 향기가 있는 반면, 선의를 가장한 부정도 적지 않다. 사회 구석구석이 썩어 있다면 어찌 공공 영역만의 독야청청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민간 영역에서의 반부패 작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공공 영역의 청정은 기대난망이고 백년하청이 아닐까. 언론은 4부의 권력 혹은 사회의 공기(公器)라 불릴 만큼 권력과 공익성 면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국회의원 등 공무원이나 기업인은 비리를 양지로 끌어내는 파수꾼이자 부패 방지의 소금 역할을 하는 언론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런 점에서 이 법이 제정된 마당에 언론은 법 적용대상에 대한 시비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입법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게끔 부패척결의 제일선에 나서는 것은 어떨는지.

우리는 대체로 사람 사이의 인연을 중시하다 보니 부패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고, 어쩌면 대부분이 이 부분에 관해서는 관대할는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부패청산은 전통과 문화를 재조정하는 의식의 개조작업인지라 지난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이 법을 기폭제로 삼아 그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개혁이 성공하려면 엄청난 저항과 아픔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패와의 전쟁에서 교두보를 확보케 한 이 법은 국민 모두가 반겨야 할 원군이다. 대장정의 분수령이 될 이 법을 두고 어지러운 논란 끝에 그 근간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이 법을 원칙이 서는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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