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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정상외교 성공을 위한 지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5 17:12

수정 2015.04.15 17:48

[fn논단] 정상외교 성공을 위한 지혜

"바둑에 인생과 세계의 전략이 들어있는 듯하다."

작년 7월 청와대 국빈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바둑 팬인 시진핑 주석에게 "바둑은 마치 인생의 여정과 같다"라고 말하자 시 주석이 화답한 말이다. 양국 정상이 바둑을 인생과 세계 전략에 비유할 정도이니, 바둑의 열 가지 비결을 논한 위기십결(圍棋十訣)의 몇몇 교훈을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중동 등 정상외교의 지속적 성과와 성공을 위한 지혜를 음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기자쟁선(棄子爭先). 작은 몇 점을 버리더라도 선수(先手)를 잡으라."

내가 선수를 두면 상대는 두고 싶은 곳이 아니라 내 주문에 따라 두게 되므로 유리한 국면을 운영할 수 있다. 작년 중국 정상외교의 결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달 말 정식 서명을 앞두고 있고, 지난 3월 중동 4개국 정상외교에서 체결된 44개의 양해각서(MOU)들도 정식 계약과 딜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상외교가 싹 틔운 꽃봉오리를 현실 속의 경제적 과실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호혜적 관계 속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선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선수는 마땅히 신중히 두어야 한다.

"입계의완(入界宜緩), 경계를 넘어갈 때 완만하게 하라."

승패의 갈림길마다 서두르지 말고 신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바둑에는 "손 따라 두면 진다" "주문을 거슬러라"는 격언도 있다. 상대국도 유리한 교역과 투자를 위해 선수를 두려고 할 것이다. 승패는 국면 파악과 치열한 수 싸움을 통해 상대의 주문을 거절하고 작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큰 선수를 잡아 상대에게 주문을 하는 인내심과 냉정함에서 갈린다. 눈앞의 단기적 성과를 추구해 충실한 준비 없이 급하게 놓는 수는 선수가 안 되기 십상이고, 내가 오히려 상대의 선수에 따라 두게 될 수도 있다.

"사소취대(捨小就大),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작은 득실에 연연하지 말고 큰 방향을 도모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중국과 중동의 주석과 국왕은 막강한 권위와 영향력으로 장기간 집권하고 리더십 교체가 이루어져도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된다. 이러한 국가들과의 게임은 10년, 50년 장기적 관점에서 포국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한국은 5년 간격으로 대통령이 바뀌고 공무원 임기도 짧아서 치밀한 중장기 전략의 수립 및 추진보다는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고, 정권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교체되면 정책이 단절되기도 한다.
이번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지속적 성과와 국익의 창출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플랜과 계획을 세워 긴 호흡과 흐름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득탐승(不得貪勝), 승리를 탐하지 말라."

이기는 것에 집착하면 큰 그림을 놓치고 오히려 실수하게 됨을 경계한 것으로 위기십결의 첫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계명이다.
더욱이 현대 경제외교란 호혜적 이익을 추구하고 국가 간에 경제적 파이를 더 키우는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대국(大局)적 관점을 유지하며 상호간 더 큰 이익을 추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기원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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