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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병역면탈 범죄 꼼짝 마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9 17:40

수정 2015.04.19 17:40

[차관칼럼] 병역면탈 범죄 꼼짝 마

아침 출근길에 깨끗한 거리를 보면 누구나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일어나 애써주신 환경미화원들 덕분에 유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은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할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고 한다. 하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편하고 행복할 것이다.

병역을 이행하는 젊은이들 가운데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징병검사에서 과체중으로 현역복무를 면제받았으나 힘겹게 살을 빼고 현역으로 입대한 백상우 일병, 국외 영주권자로서 병역의무가 없음에도 이역만리에서 달려와 군복무 중인 김찬원 상병 등 다수의 젊은이들이 국가 수호에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으로 국방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일부 젊은이들은 병역 면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박탈감과 배신감을 안겨주는 행위로 반드시 근절해야 할 중대한 범죄다.

병무청은 이러한 병역 면탈 범죄를 예방·단속하기 위해 총 40명으로 구성된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3개 지방청별로 분산배치해 1년 365일 수사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다. 병무청 특사경 제도는 출범한 지 올해로 3년이 됐다. 그 이전까지는 일반경찰이 병역 면탈 범죄를 수사했으나 병무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병무행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병무청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해 직접 수사하게 함으로써 면탈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 결과 2012년 4월 18일 병무청 특사경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지금까지 병무청 특사경은 총 100여건의 병역 면탈 범죄를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귀신이 보인다며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병역을 감면받은 사례 △멀미 치료제를 눈에 바른 후 인위적으로 동공운동 장애를 유발해 면탈을 시도한 사례 △온몸에 문신을 해 병역을 감면받은 사례 등이 있다. 최근에는 고의로 체중을 조작하기 위해 신체 일부에 지점토를 몰래 부착한 사람, 실제로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고아원에서 생활한 것처럼 위장한 사람, 외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도 국내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사실만으로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한 사람도 있다.

특사경은 이같이 지능화되는 병역 면탈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면탈 범죄의 개연성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집중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역처분 결과와 진료기록 등을 정밀분석하는 등 최소 7년간 추적관리를 한다. 둘째, 각종 증거자료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범죄혐의의 체계적 입증을 위해 경찰 사이버수사대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셋째, 수사 역량 제고를 위해 법무연수원 등 전문기관 위탁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제도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3개 지방청 단위로 분산해 수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4∼5개 권역으로 통합해 광역수사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사의 전문성과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여 병역 면탈 범죄를 더욱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우리가 놓친 병역 면탈 범죄 1건이 이를 모방한 수십건의 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고 있다.
병역 면탈 범죄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범죄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병무청 특사경은 병역면탈 범죄를 발본색원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나아가 병역 면탈이 없는 건전한 병역이행 풍토와 문화를 조성하고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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