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봄' 왔다지만..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6 17:10

수정 2015.04.26 17:12

[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봄' 왔다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가 현재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여타 부문과는 달리 '나홀로' 성장세를 타고 있는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수년간의 극심한 침체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는 설명이기도 하다.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율은 답보상태를 보이거나 오히려 퇴보한 반면 건설투자는 올 1·4분기에 전기 대비 7.5% 증가(현대경제연구원)했다. 지난해 분양권 거래는 32만3362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국 청약통장 1순위자는 지난달 1000만명을 돌파, 1977년 청약제도 도입 이래 최대치였다. 웬만한 입지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아파트단지의 청약경쟁률은 수십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일도 다반사가 됐다.

가히 주택시장이 봄을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세를 몰아 대세 상승기에 진입할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만 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터놓고 말해서 지금의 주택시장 호황은 30대가 아파트 매매의 주력으로 부상한 사실이 보여주듯 미친 전셋값에 따른 반작용의 측면이 크다. 여기에다 각종 세제 혜택과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청약제도 개편, 사상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 등 인위적인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지 시장 전반의 회복세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실제 올해 건설투자가 증가했지만 지난해 4·4분기 정부지출 감소로 7.8%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 대비 0.8%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가면서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내수의 두 견인차인 소비와 투자심리가 풀리지 않은 데다 국내 경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불확실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주택단체는 산업 전반의 위기 속에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이나마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주택협회 박창민 회장은 "지금 호조를 보이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초과가 부과 대상이지만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보유 주택을 합산해 6억원이 넘으면 과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1주택자는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받을 수 있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역시 다주택자는 30%에 그친다.


현재 주택시장에는 장기적인 저성장 추세와 전셋값 폭등, 가계대출 증가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고 분양시장 열기가 하반기까지는 이어지겠지만 추후 입주 시점에 한 차례 고비가 찾아올 것이라는 박 회장의 진단은 예사롭지 않다.

다주택자에 편향적인 세제 완화, 정책당국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연장, 부동산투자 이민제도 확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의 걸림돌 제거 등 전향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거론하는 이유다.


올 들어 주택 매매가 늘면서 옷장, 침대, TV 등 판매량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G마켓)한 것처럼 주택시장의 연관산업 파급 및 소비심리 개선 효과를 감안한다면 우물쭈물하거나 건설업체에 대한 특혜 운운 등으로 발목잡기에 나설 일은 더더욱 아니다.

doo@fnnews.com 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