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거대한 붉은 심장.. 여성의 이타적 삶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7 17:07

수정 2015.04.27 17:07

윤석남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
윤석남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심장이 하나 걸려 있다. 높이 3m, 지름 2m의 이 거대한 심장은 온통 붉은 빛이다. 가까이서 보면 붉은 심장은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는 6월 28일까지 서울 덕수궁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윤석남♥심장'전에 나온 윤석남 작가(76)의 신작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김만덕(1739~1812)은 조선 정조시대 거상(巨商)으로 자신의 재산을 팔아 굶어죽어가던 제주도민을 살려낸 여인이다. 나랏님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 그를 위해 형조판서 이가환은 시를 지어 헌정했고 영의정 채제공은 '만덕전'이라는 전기를 썼다.


원로작가 윤석남이 김만덕의 심장을 형상화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여성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윤석남의 작품은 김만덕의 적선(積善)보다는 그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김만덕의 삶을 생각하면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난다"는 작가는 "전 재산을 털어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일은 남성 거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김만덕은 여성의 이타적 삶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만덕 외에도 조선 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1563~1589)과 이매창(1573~1610)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 역사 속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 3명의 여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온갖 희생을 감내하며 억척스럽게 자신의 삶을 꾸려온 이 세상의 이름 없는 여인들이 진짜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이름의 여인은 '어머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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