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생활임금, 지자체장 선심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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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서 관련법안 처리.. 최저임금과 보조 맞추길

생활임금이 법적인 근거를 갖추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생활임금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으나 여야 합의로 통과된 만큼 법제화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은 저소득 근로자들이 주거·교육·문화 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통상 최저임금보다 20~30%가량 많다.

생활임금제는 이미 널리 퍼졌다. 경기도 부천시(2013년)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를 통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시·구청 등 공공기관이 고용한 근로자들이 주 수혜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지자체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곳이 다수다. 야당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생활임금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펴온 문재인 대표도 적극적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에 동조했다. 그 결과물이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의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6조)을 신설했다. 조례에 바탕을 둔 생활임금이 한 단계 높은 법률적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플러스 알파(α)다. 당연히 근로자들은 좋아한다. 늘 선거를 의식하는 지자체장들은 생색을 낼 수 있어서 좋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자칫 생활임금이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이미 우리는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지방정부의 무상급식 정책에서 선심성 복지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겪었다. 공공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려면 누군가 돈을 내야 한다. 지자체장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돈을 메우진 않는다. 결국 부담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돈은 지방세 납세자들이 내는데 인심은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쓰는 꼴이다.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을 너무 앞질러 가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 간 치열한 공방 끝에 해마다 노사정위원회가 정한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5580원도 그렇게 나온 금액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저임금조차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민간에선 몇백원을 놓고 옥신각신하는데 공공부문에만 예외적 특혜를 주는 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파트 경비직에서 보듯 강제적인 최저임금제 적용은 해고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몇 년 새 쏟아져 나온 복지정책들도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지방정부는 복지비가 모자란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혜성 생활임금제를 확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소득 양극화를 생각하면 궁극적으로 생활임금제는 바람직한 제도다.
그러나 서둘러선 안 된다. 재정은 깡총한 이불이다. 조심스럽게 누울 데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