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면세점도 공항 경쟁력이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30 17:32

수정 2015.04.30 17:32

[데스크 칼럼] 면세점도 공항 경쟁력이다

지난 2월에 끝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후유증이 심각하다. 중견 화장품회사인 참존은 2월 인천공항공사가 실시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5년간 2032억원의 임대료를 써내면서 사업권을 따냈지만 임차보증금 277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최종 탈락했다. 이에 따라 이미 납부한 101억6000만원의 입찰보증금을 날리게 됐다. 참존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입찰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냈지만 돌려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귀책사유가 참존에 있고 인천공항공사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4년 설립된 참존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51억원의 영업손실과 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줄었다. 면세점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려던 참존은 결국 무리한 베팅의 결과로 사옥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시 대기업인 롯데도 인천공항 내 4개 구역 8849㎡ 부지를 따냈다. 5년간 임차료로 3조6173억원을 내야 한다. 연간 7200억원이 넘는다. 호텔신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롯데면세점은 노른자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베팅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고 할 정도다. 이 구역에서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도 이 같은 임대료가 무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금액을 써낸 것은 인천공항이라는 상징성과 호텔신라 등 경쟁사 견제,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출혈이 되더라도 서울시내나 제주 등 다른 면세점에서 수익을 내 상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 한편으로는 향후 해외공항면세점 운영권을 따는 데 도움이 되는 등 다른 실익을 계산했을 것이다. 사실 이들뿐이 아니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워낙 비싼 임대료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번 3기 인천공항면세점 평가기준은 임대료(40%), 사업제안내용 평가(60%: 면세점 운영경험, 마케팅, 상품 구성 등)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점수가 2기 때처럼 40점 만점이지만, 이번에는 임대료 가격 차에 따라 점수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40대 60이지만 임대료에 따른 차이로 사실상 높은 임대료를 쓴 업체가 유리했다. 즉, 2기 때 임대료 10% 차이 시 4점 차이가 났다면 이번에는 10% 차이에 10점 가까이 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호텔신라가 면세점 운영권을 딴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해외 유명공항 면세점은 대체로 재무적 측면 같은 정량적 요소와 함께 혁신적 유통 콘셉트, 다양한 상품, 운영실적, 고객 서비스 전략 등 정성적인 요소가 중요한 선정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창이공항은 단순히 금액 요소만 평가했으면 임대료를 많이 쓴 경쟁사가 됐겠지만, 한국 화장품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인천공항 메인 사업자였던 부분 등 정성적 요소가 수주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연간 4500만명의 국내외 이용객들이 이용하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지난해 1조6798억원의 매출에 6184억원의 순이익을 내 국내 공기업 중 유일한 11년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한 이면에는 이처럼 면세업체의 눈물이 있다.
업체들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현행 입찰방식이 과연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볼 일이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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