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파트 청약에도 '지피지기' 필요

"지금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할까요?"

최근 들어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이지만 똑같은 질문을 한국에서 5000㎞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해외건설 현장에서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중앙아시아 오지의 사막에서 한국 건설의 역사를 쓰는 이들도 가족과 함께 맘 편히 살아갈 집을 장만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역만리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를 계약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기록한 아파트 청약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 드디어 당첨이 됐지만 결과가 순위 내 마감에 그쳐 주저하게 된다는 고민이었다.

분양시장이 한창 달아오르자 주변에서 묵혀뒀던 청약통장을 꺼내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각자의 삶의 터전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적 관심은 하나다.

'지금 집을 사야 하나'이다.

이들 중에는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1만3912건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견본주택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며 1순위 마감을 찍는다. 어쩌면 분양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향후 부동산시장을 밝게 보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고 싶다. 청약을 앞두고 신중해지라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의도도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노파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부동산 시장 전망에는 몇 개의 공통적 단어가 있다. 양극화, 실수요자, 전세난 등이 그것이다. 이 말을 풀어보자면 지금 청약이 몰린다고 모든 곳이 좋을 순 없고, 투자수요가 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구조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또한 현재의 열기는 전세난에 등을 떠밀려 매매나 분양으로 몰렸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전문가들의 해석이 그러하다면 청약을 앞둔 수요자는 역으로 생각하길 권하고 싶다. 내가 청약하는 아파트는 양극화의 어디에 속한 지역인지, 분양의 목적이 향후 시세차익보다 내 집 마련에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지금 분양받은 아파트는 아직 내 것이 아니다. 통상 2년이 지난 입주 시기에는 심각했던 전세난이 해소되며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과잉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현재의 저금리가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는 아니다.
대다수 서민에게는 집이 일생에 걸쳐 가장 큰 자산이다. 정답은 내릴 수 없을지 몰라도 실수는 줄일 수 있다. 집만 보지 말고 시장과 나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