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금융감독의 딜레마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확 달라졌다. 만년 꼴찌 한화는 옛말이다. 한화는 5일 기준 15승12패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은 5할대다. 한화가 5할 승률을 넘기기는 무려 6년 만이다. 경기 내용도 달라졌다. 경기에서 지다가 막판에 경기를 뒤집는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의 경기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일명 '마약 야구' 또는 '마리 한화'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다. 팬들이 한화의 경기에 중독된다는 의미다.

한화의 변화는 작년 말 김성근 감독 취임 후 일어났다. 김 감독은 '야신(야구의 신)'이란 명성에 걸맞게 특유의 리더십으로 한화를 강팀으로 바꿔놨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감독의 중요성은 프로야구만의 일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도 감독은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 감독은 금융감독원이다. 금감원은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 금융소비자보호, 기업의 구조조정 조율 등을 맡아왔다. 금감원의 관리감독 '잣대'에 따라 금융업권의 희비가 갈릴 만큼 그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시장의 '감독'으로서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혜 의혹에 휘말린 탓이다. 검찰은 금감원 핵심 간부들이 지난 2013년 경남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 과정에서 신한은행 측 인사들을 불러서 성완종 전 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라고 압력을 넣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해 기업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당시 금감원 담당 임원을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 담당 임원의 비위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하는 게 맞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의 경남기업 개입이 통상적인 기업 구조조정 업무의 범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금감원의 감독권이 극도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권의 위축은 금융시장을 혼란과 무질서에 빠뜨릴 수 있다.

벌써부터 금감원 내부에선 정당한 감독업무인 데도 책임 회피를 위해 결정을 미루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금감원이 수행하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정자 역할이 외압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기업 옥석가리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이럴 바엔 금감원이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할 근거를 법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 기업구조조정의 근거 법률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금감원이 기업 구조조정을 중재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이 금감원 담당자에게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행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갑'인 국회 정무위가 부르면 '을'인 금감원 담당자는 달려갈 수밖에 없다.

사정기관도 금융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채권단 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배가 산으로 가는 우'를 막을 수 있다. 그간 금감원이 기업 구조조정을 나몰라라 했다면 SK하이닉스와 대우조선해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중국기업에 넘어갔을지 모른다.

방치하면 보신주의에 빠져있다는 비난을 받고 개입하면 외압이라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누가 금융감독을 하겠는가.

hwyang@fnnews.com 양형욱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