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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패러다임 전환기 맞은 우리 경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2 16:12

수정 2015.05.12 16:12

[여의나루] 패러다임 전환기 맞은 우리 경제

한국 고유의 경제개발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기 위한 정부 사업으로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이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상대국의 고위정책자들이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 외에도 한국경제가 어떻게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중진국 함정이란 경제개발 초기에 순조롭던 성장세가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 둔화되면서 장기간 정체로 빠져드는 현상을 말한다. 국가 내부의 문제들이 이때 집중적으로 폭발되고 빈부격차 등 사회의 각종 모순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형적인 예로 1970년대 이후의 아르헨티나 등과 같은 중남미 국가들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한국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 즉 GNI(Gross National Income)가 2만8180달러로 2013년에 비해 7.6% 늘어났다.
그러나 상당부분은 2013년 연평균 10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053원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2006년 처음 2만달러 수준에 진입해 9년째 아직도 우리는 2만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올해 1·4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에 그치고 산업생산.수출.투자.소비 등이 부진해 올해 3%대 성장도 불투명하다.

올해 있을지 모를 미국의 금리인상이 원화 환율을 더욱 상승시킬 것이라고 보면 올해도 GNI는 2만달러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과 유사한 '2만달러대 늪'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은행은 한국을 일본, 싱가포르 등과 함께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은 몇 나라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일본은 2만달러(1988년)에서 3만달러(1992년)까지 4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싱가포르도 국민 1인당 GNI가 이미 5만60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2만달러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 경제의 여건과 구조변화에 걸맞은 제도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급측면에서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수요측면에서는 2017년부터 소비능력이 약화돼 본격적 고령화사회로의 진입 등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저하될 전망이다.

기존의 노동.자본 등 요소투입의 성장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생산성이 성장을 주도하는 '혁신중심의 경제(Economy based on Innovation)'가 되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이 일어나서 우리 경제의 비효율성과 낭비요인을 제거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시대에 상응하는 제도개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대내적으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개혁, 규제개혁과 함께 대외적으로 지속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며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도 늘려나갈 수 있다.

제도개혁과 대외개방에는 이익집단 등의 강력한 반발과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의 임금.노동시간.정년 등 노동 3현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 합의 불발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혁이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소통하는 협치(governance)의 기제(mechanism)를 잘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 갈등과 이해를 조정해가는 사회적 합의 틀이 잘 작동될 때 우리가 당면한 2만달러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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