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fn논단] 미움 받더라도 이기는 리더십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3 17:05

수정 2015.05.13 17:05

[fn논단] 미움 받더라도 이기는 리더십

내우외환, 점입가경, 첩첩산중. 한국이 당면한 정치·경제·외교·안보 현실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말들이다. 심각한 것은 개혁과 변화 시도가 포퓰리즘과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개악되는 악순환에 갇힌 것이다. 상세히 열거해 봐야 머리만 복잡해질 것이고 휴식과 스포츠를 통해 머리를 식히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터, 최근 이슈가 됐던 메이웨더와 김성근의 전략과 리더십을 곰곰 생각해봤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욕을 먹은 이를 뽑는다면 단연 메이웨더가 꼽힐 것이다. '세기의 대결'이라고까지 일컬어졌던 최근 파퀴아오와의 게임은 전 세계 시청자로부터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였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편 일부 복싱 매니아는 메이웨더는 평소 스타일대로 싸웠고 파퀴아오를 상대로 뛰어난 테크닉과 수싸움, 페인트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였다고 분석한다.
물론 그들도 여우처럼 얄미운 메이웨더가 늑대처럼 화끈한 파퀴아오에게 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메이웨더는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메이웨더의 기본 전략은 숄더롤과 스웨이백을 주축으로 한 좌측 공간 봉쇄, 왼손 잽과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방어와 공격을 겸한 우측 공간의 지배이다. 우측이 뚫릴 경우에는 클린치와 슬리핑, 스텝으로 대응하며 상대의 빈틈에 카운터와 시간차 공격을 꽂아 넣는다. 연속공격 시 방어가 취약해진다고 판단한 그는 연타를 포기하고 포인트 위주의 단타를 선택한다. 대중적 인기를 포기하고 냉정한 차별화 전략으로 48연승을 거머쥔 것이다.

10개 구단 중 3년 연속 압도적 꼴찌였던 한화를 맡아 단숨에 중위권으로 끌어올린 김성근 감독도 비정하고 가혹한 훈련 방식과 '짠물 야구'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선수들을 훈련할 때도 혹독한 지옥훈련을 통해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경기가 끝난 후 실책을 범한 선수에게 관중들 앞에서 펑고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1회부터 번트를 지시할 정도로 짜게 경기를 운영하고, 투수를 한 회에도 서너 명씩 바꿀 정도로 타이트하게 불펜을 운영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재미없는 스몰볼 야구다, 팬과 선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 등의 비난이 따르고 고양 원더스까지 열세 번의 해고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는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그만의 방식으로 한화를 꼴찌의 늪에서 건져냈으며, 팬들을 경기장과 TV 앞으로 불러내는 주역이 되고 있다. 비정한 리더십으로 포퓰리즘을 이겨내고 실질적 성과로 팬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개선과 변화의 대상과 타협하지 않고 승리를 위한 그들만의 방식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는 데 있다.
화려한 전시효과를 포기하고 기본과 단순함을 중시하는 실용과 실질의 천착으로 미래의 승리를 선택한 것이다.

모름지기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는 실마리도 망국으로 가는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기득권층의 저항에 굴복하지 않는 비정하고 냉정한 리더십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전문가에게 길을 묻고 기본 정책과 전략, 참모진을 재정립해 작은 것들은 밑에 위임하고 큰 것을 선택.집중하는 데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해법이 있다고 믿는다.

한기원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대표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