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단독] 정부-론스타 '5조원 소송' 워싱턴서 첫 대면.. 3대 쟁점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3 17:25

수정 2015.05.13 17:31

외환銀 매각승인 지연 1. 론스타 "매각승인 지연시켜 2조원 손해" 주장 한국정부는 "사법절차 남아 정당한 조치" 맞서
8천억 부당과세 논쟁 2. 스타타워·하나금융 매각 수익에 8000억 과세, 론스타 자회사 '유령회사' 판단여부가 관건
손해배상액 절충여부 3. 정부-외국투자가 '첫 ISD' 파장 클수밖에 없어.. 재판 비공개 예고되자 손배액 절충설도 나와

[단독] 정부-론스타 '5조원 소송' 워싱턴서 첫 대면.. 3대 쟁점은?

3년 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이 넘는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했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사들인 지 10년도 채 안돼 매각대금을 포함한 4조70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챙기며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론스타는 이처럼 막대한 차익을 남겼지만 한국 정부 때문에 돈을 제대로 벌지 못했다며 ISD까지 불사했다. 이후 론스타와 한국 정부는 3년에 걸쳐 서면공방을 벌여왔고, 미국 워싱턴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리는 1차 심리를 통해 첫 대면을 하게 된다.

5조원이 넘는 손해배상액을 놓고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맞붙는 ISD는 크게 3가지 쟁점으로 압축된다.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의 합리성 △론스타 과세의 합법성 및 비례성 △손해배상의 최종 중재금액 등에서 양측이 치열한 논리싸움을 펼치게 된다.


또한 재판과정 공개 여부를 놓고도 소송 당사자 사이에 복잡한 셈법이 오가는 신경전이 예상된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의 '헐값매각 논란'의 전말이 재판 과정을 통해 낱낱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환銀 매각승인 지연…합당여부

론스타 소송의 주된 쟁점은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지연한 것이 합당한지 여부다.

지난 2007년 9월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HSBC가 지분 인수 승인신청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지난 2012년 당시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면서 2조원가량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시켜 HSBC가 인수를 포기, 매각이 무산됐다는 논리다.

반면 한국 정부는 외환은행의 매각승인을 늦춘 것은 정당한 조치였다며 맞서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벌어졌던 불법행위 여부를 두고 사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매각승인을 연기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매각승인을 위해서는 매도자인 론스타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했다는 의미다. 실제 론스타는 지난 2006년 12월 외환은행 헐값매각 배임사건과 이듬해 1월 외환카드 및 외환은행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였다.

매각승인 지연과 관련해서 '대주주적격성 심사' 역시 쟁점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금융위가 론스타의 자본 성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매각이 지연됐다는 논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상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분류될 경우 외환은행 지분을 4% 이상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론스타 측은 금융위원회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했다는 논리로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자본 성격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고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부당과세 팽팽한 논리싸움 예상

한국 정부가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했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예고된다. 론스타는 국세청이 스타타워 빌딩과 하나금융 매각수익 등에 대해 80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2001년 서울 역삼동 소재 스타타워 빌딩을 1000억원에 사들인 뒤 2004년 3510억원에 되팔았다. 당시에도 론스타는 유령회사를 세워 빌딩을 주식 형태로 거래하고, 면세·비과세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세무당국은 론스타가 조세회피 목적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실질적 소득을 갖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근거로 론스타 버뮤다법인인 허드코 파트너스에 16억원, 론스타3에 1040억원의 법인세를 각각 부과했다. 이에 론스타는 2007년 세금을 낼 수 없다며 한국 세무당국을 상대로 국내 소송을 내기도 했다. 부당과세 쟁점에서는 론스타가 한국에 투자한 자회사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관건이다. 이 회사의 성격에 따라 ISD의 성립 여부가 결정되고, 한국 정부의 론스타 세금부과 문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벨기에에 만든 6개 자회사를 페이퍼컴퍼니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론스타가 ISD 를 제기할 자격이 안 된다는 것. 이 문제는 세금 부과 역시 정당성을 갖게 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한.벨기에 투자협정에는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명시적 조항이 없어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어 세금부과는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론스타는 벨기에 자회사들이 실체가 있는 법인들이기 때문에 세금부과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투자협정상 페이퍼컴퍼니를 배제한다는 조항이 없는 만큼 이번 소송 자체도 성립된다는 게 론스타 측의 입장이다.

■손해배상액 절충안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의 손해배상액을 절충하는 방안도 논란거리다. 현재 관련업계에선 이번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을 언급, '1조 밀약설'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혈세 5조원이 걸린 거액의 재판이라는 점과 한국 정부와 외국 투자자가 벌이는 첫 ISD다 보니 앞으로 벌어질 결과에 따라선 엄청난 파장까지 밀려올 수 있다. 만약 패소한다면 거액을 물어줘야 하는 것은 물론 이와 유사한 사례를 근거로 외국 투자자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한 상황이다. 다만 론스타가 승소를 해도 5조원이 넘는 돈을 전부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해 받아낸 손해배상액은 청구액의 1%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재판 과정의 공개 여부도 관심사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중재기구(ICSID) 규정상 재판 공개 여부는 중재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재판 과정에서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제기됐던 헐값매각 논란이 재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정책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정부 인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 등 당국 관계자들은 함구령까지 내려진 상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이승환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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