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가상화, 금융·대학·병원 등 전방위 확산

#직장인 한 모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신상품 디자인 기획안이 담긴 노트북을 택시에 놓고 내렸기 때문이다. 주요 파일을 백업도 안 해놓은 터라 혼비백산했지만, 다행히 택시기사와 연락이 닿아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안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임원회의를 통해 '데스크톱 가상화(VDI,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솔루션 도입을 건의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VDI 솔루션 도입 이후, 모든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저장할 수 있게 된 뒤로는 기밀정보 유출 걱정이 사라졌다. 또 개인 태블릿PC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 환경에 접속해 일을 처리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도 한층 높아졌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개인의 모바일 기기로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업무패턴이 늘어나면서 '데스크톱 가상화(VDI)'솔루션이 관심을 끌고 있따.

VDI 기술을 적용하면 사무실 PC에서 작업하던 내용이 해당 PC가 아닌 서버에 저장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에 접근,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프로젝트 담당자가 외근을 하거나 출장중이어도 본사 임직원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업무의 연속성과 신속성도 높아진다. 특히 모든 작업 내용이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정보보안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란 평가다. 이에 VDI를 적용하는 업체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관련 기술의 국산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VDI, 스마트워크·보안·에너지 효율↑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물론 의료, 제조업, 교육기관을 비롯해 디자인 보안이 중요한 패션기업에서도 VDI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워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오피스'로 발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VDI란, 한마디로 사무실 책상에서 PC 본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용자는 PC(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만 존재)나 노트북을 통해 작업하지만 실제 컴퓨팅 환경은 데이터 센터에 구축된 서버에서 운영되는 방식이다.

실제 H 중공업은 VDI 도입 후, 사내 3500대의 PC 본체를 없앴다. 회사 안에서 셔틀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넓은 사업장을 갖고 있는 이곳은 필요한 정보가 작업 현장에 있지 않을 경우, 담당자가 본인의 PC가 있는 곳까지 이동해 정보를 확인한 뒤, 다시 현장에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VDI 도입 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또 책상 위아래에서 열을 내뿜던 PC 본체가 사라지면서 실내 온도도 낮아져 전력 사용량을 30% 가량 절감했다. IT 부서 입장에서도 개개인 PC에 분산돼 있던 데이터를 중앙에서 통합해 관리 및 보관할 수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엔 의료기관에서도 VD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S병원 전문의들은 학회나 세미나 등으로 해외에 있는 동안에도 태블릿PC 하나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병원에 있는 의료진에게 투약 처방 등 지시를 내리고 있다. 과거에는 국제전화를 통해 한 시간 가까이 의사 소견을 전달해야 했지만, 이제는 태블릿PC 등을 통해 환자의 양전자단층촬영(PET) 사진과 뇌파검사결과 등을 조회한 뒤 병원에 있는 실무진에게 바로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VDI 시장규모 125조…국산화 노력 시급

오는 2018년에는 전 세계 VDI 시장 규모가 1152억 달러(약 125조 4873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추산이다. 같은 기간 국내 VDI 시장은 약 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VDI 시장은 VM웨어와 시트릭스 등 해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VM웨어는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데스크톱 뿐만 아니라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센터 전체를 가상화 할 수 있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구축,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ETRI 저장시스템연구팀 측은 "스마트워크 실현, 기업보안 강화, 에너지 효율 증대 등과 맞물려 많은 기업과 공공·의료·교육기관에서 VDI를 도입하고 있다"며 "현재는 VM웨어와 시트릭스 등 외산 솔루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의 국산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