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감청논란에 시달린 미국 IT 산업. 한국은 논란 진행중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0 16:21

수정 2015.05.20 16:21

개인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이 돌연 정부의 개인 사생활 엿보기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민들의 통신내용과 e메일 감청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테러 위협이 확산되면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사생활 보호와 감청 확대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프랑스도 이 달 초 법원의 영장 없이도 정부 기관이 개인의 통신내용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한 '빅브라더 법'이 하원을 통과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감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생활 보호의 가장 선두에 있는 것 처럼 보였던 미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전 세계가 감청 확대와 사생활 보호의 두 가치를 둘러싼 논란에 휩사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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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기업 "암호화 정보수집 법안 반대" 공개서한

구글,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시민들의 스마트폰 통화 및 e메일 내용 불법 열람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을 포함한 140개 IT 기업들은 민권운동 단체, 보안 전문가들과 연대해 공동으로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치안당국에서 암호화된 정보를 수집 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법안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강력한 암호화는 오늘날 정보경제 보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치안당국이 개인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 보도록 허용하는 어떠한 법안에도 서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애국법 vs. 자유법...논란 팽팽

미 하원은 지난주 국가정보국(NSA)이 통신사가 갖고있는 통화기록을 필요에 따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자유법안(USA Freedom Act)'을 통과시켰다. 이번주 중 상원의 표결이 예정돼 있다.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오는 6월 1일부터 '애국법(Patriot Act)'이 자동으로 연장되면서 그동안 해 왔던 것 처럼 NSA의 개인 정보 수집이 가능해지게 된다.

애국법은 미국 9·11테러 이후 테러방지와 국가 안보를 위해 NSA의 통신·e메일 감청을 허용한 법이다. 이달 말 법의 효력이 끝나는데, 이를 대체할 자유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이 연장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IT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또는 e메일 정보를 암호화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비밀번호 없이는 통화 내용을 수집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영장을 소지한 경찰도 정보에 접근조차 못하도록 차단했다. 구글은 e메일을 포함한 온라인 통신 내용의 암호화 여부를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정보 암호화를 놓고 IT 기업들과 미국 정부는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2013년 전직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민간 정보 사찰을 폭로한 후 논란은 거세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보 암호화가 테러 예방과 아동성폭력을 포함한 범죄자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 미 치안당국은 예외적으로 암호를 피해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허용을 할 경우 외국 정부를 비롯한 해커들에게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로널드 리베스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예외적으로 치안당국에 정보 열람을 허용할 경우 영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우방국과 북한등 적대국 모두에게 개방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국적불문 '감청논란'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국내에서도 수사당국의 감청 논란은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카카오톡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이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투명성보고서를 발표, 회사가 수사기관 등으로 부터 요청받아 제공한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 통신제한조치, 압수수색영장 등에 대한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휴대폰 감청을 지원하는 법안을 놓고 논란은 진행중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도입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관련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합법적 감청을 통해 국가 안보와 치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 확대를 우려한 반대 의견이 여전해 언제든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 논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과 같아 국내 이슈 외에도 해외에서의 동향 역시 중요하다"며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의 개인정보 논란이 어떠한 결과로 귀결되는가는 향후 국내에서의 논란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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