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고객 통신·e메일 손대지 말라" 美 IT업계-백악관 '감청' 격돌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0 17:08

수정 2015.05.20 22:01

애플 등 백악관에 항의 서한 佛도 빅브러더법 하원 통과 각국 민간사찰 논란 확산

카톡發 사이버 검열 논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도




개인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이 돌연 정부의 개인 사생활 엿보기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민의 통신 내용과 e메일 감청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테러위협이 확산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사생활 보호와 감청 확대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프랑스도 이달 초 법원의 영장 없이도 정부기관이 개인의 통신 내용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한 '빅브러더법'이 하원을 통과했다. 국내에서도 감청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생활 보호의 가장 선두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미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전 세계가 감청 확대와 사생활 보호의 두 가치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 정보수집법안 반대"

구글,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 공동서한을 보내 국민의 스마트폰 통화 및 e메일 내용 불법열람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을 포함한 140개 IT기업은 민권운동단체, 보안 전문가들과 연대해 공동으로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치안당국에서 암호화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법안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강력한 암호화는 오늘날 정보경제 보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치안당국이 개인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보도록 허용하는 어떤 법안에도 서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애국법 vs. 자유법…논란 팽팽

미국 하원은 지난주 국가안보국(NSA)이 통신사가 갖고 있는 통화기록을 필요에 따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자유법안(USA Freedom Act)'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 중 상원 표결이 예정돼 있다.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오는 6월 1일부터 '애국법(Patriot Act)'이 자동으로 연장되면서 그동안 해온 것처럼 NSA의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해진다. 애국법은 미국 9·11테러 이후 테러 방지와 국가 안보를 위해 NSA의 통신·e메일 감청을 허용한 법이다. 이달 말 효력이 끝나는 이 법을 대체할 자유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이 연장된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IT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또는 e메일 정보를 암호화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비밀번호 없이는 통화 내용을 수집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영장을 소지한 경찰도 정보에 접근 못하도록 차단했다. 구글은 e메일을 등 온라인 통신 내용의 암호화 여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정보 암호화를 놓고 IT기업들과 미국 정부는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2013년 전직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민간정보 사찰을 폭로한 후 논란은 거세졌다.

로널드 리베스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예외적으로 치안당국에 정보 열람을 허용할 경우 영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우방국과 북한 등 적대국 모두에 개방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국적불문 '감청논란'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국내에서도 수사당국의 감청 논란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톡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이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투명성보고서를 발표, 회사가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요청받아 제공한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 통신제한조치, 압수수색영장 등에 대한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휴대폰 감청을 지원하는 법안을 놓고 논란은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관련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합법적 감청을 통해 국가 안보와 치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 확대를 우려한 반대 의견이 여전해 언제든 논란이 커질 수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전문기자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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