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양날의 칼 'ISD'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란 과연 나쁜 것일까.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분쟁을 벌이면서 ISD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자 간 협정(BIT)이나 투자보장협정(IIA)을 맺을때 ISD를 넣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려면 ISD 조항이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국가가 내부에서 절대적으로 통용되도록 만든 규제, 징수체계 등의 국가 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선 여전히 양날의 칼이다.

ISD로 국가나 지자체 정책이 위협받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독일 정부와 스웨덴 에너지 기업 바텐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바텐팔은 ISD를 이용해 두 번이나 독일 정부에 어퍼컷을 날렸다. 첫째 사례는 함부르크시에 있는 엘베강에 지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 당시 전력이 부족했던 함부르크시는 바텐팔에 발전소 건설 계획을 승인했지만 환경론자 등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시민 1만2000명이 탄원서를 냈다. 당황한 함부르크 시정부가 환경오염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추가 규제를 들이대자 건설이 지연됐고 바텐팔은 이를 국제투자분쟁센터로 가져갔다. 당시 바텐팔은 독일 시정부를 상대로 수백만유로를 배상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양측이 비공개를 조건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두 번째 사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촉발됐다. 후쿠시마 사건 이후 독일 정부는 17개의 모든 원전을 2022년까지 폐쇄키로 결정했다. 폐쇄 대상 원전에는 바텐팔이 소유해 운영하는 원전 2기가 포함돼 있었다. 바텐팔은 이 사건 역시 국제투자분쟁센터로 가져갔으니 독일 정부 입장에선 또 세금 나갈 걱정을 하게 됐다.

지난해엔 우리나라 중견 건설업체 안성주택도 중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중재를 신청했다. 안성주택은 장쑤성 내에 골프장 건설 승인을 받았으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충분한 토지를 제공하지 않은 데다 주변에 골프장을 허가해 손해를 봤다는 이유다. 이 ISD의 근거도 지난 2007년 체결한 한·중투자보호협정 때문이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ISD 사례는 550건이 넘는다. 염두에 둘 점은 두 가지다. 국제분쟁을 일으키는 트렌드가 과거엔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민간업체들이 '잇속 챙기기'를 목적으로 ISD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ISD 분쟁을 일으킨 기업인 중 가장 많은 수가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해외 기업들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만큼 분쟁 건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ISD는 소송이라기보다 국제무대에서 제3자를 끌어들여 합의를 보는 '중재'에 가깝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외 분쟁 사례를 연구해서 대응 논리를 개발해놔야 한다. 반면 우리 기업들도 다른 나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이를 적극 활용토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ksh@fnnews.com 김성환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