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美에 부는 '치안 한류'.. '범죄의 천국' 과테말라에 가보니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6 17:14

수정 2015.05.26 21:39

3만 경찰이 중무장 범죄조직 8만 상대

ODA자금 380만弗 투입 한국 경찰, 2017년까지 선진 수사기법 등 전수
온두라스·엘살바도르에 치안협력 1350만弗 지원
한국대표단이 과테말라 경찰아카데미에서 과테말라 경찰과의 치안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윤경현 기자
한국대표단이 과테말라 경찰아카데미에서 과테말라 경찰과의 치안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윤경현 기자

中美에 부는 '치안 한류'.. '범죄의 천국' 과테말라에 가보니

【 과테말라시티(과테말라)=윤경현 기자】 "한국 경찰의 역량은 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합니다."

과테말라의 텔레마코 페레즈 가르시아 경찰청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치안협력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한 한국대표단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경찰의 뛰어난 능력에 반했다"면서 "특히 엘리트적인 측면이 많이 부럽다"고 했다.

이역만리 중미지역에서 '대한민국 경찰을 배우자'는 '치안한류(治安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시설 건립, 초청연수 실시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는 '범죄의 천국'이라는 별칭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줬다. 뒷골목의 상점들은 철창으로 된 문에 돈과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구멍만 내놓았고, 길거리 상점에는 총을 든 경비원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행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버스도, 택시도 함부로 타지말라'는 현지 교민의 경고가 들려왔다.

경찰이 3만명에 불과하지만 범죄조직에 속한 조직원은 무려 8만명에 이르고, 화력도 범죄조직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들은 강도를 당해도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린다. 경찰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국 경찰은 오는 2017년까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380만달러를 투입해 과테말라 경찰에 교육시설을 지어주고, 각종 교육 기자재와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전문가 파견과 초청연수를 통해 한국 경찰의 선진 수사기법을 전수할 예정이다.

여태수 경찰청 치안한류센터장을 단장으로 한 13명의 한국대표단은 과테말라 경찰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사전조사 차원에서 지난 10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과테말라를 방문했다.

미리 공부를 하고 왔지만 직접 눈으로 본 과테말라 경찰의 수준은 암담했다.

특히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역할은 미미했다. 골목을 순찰하거나 주요 수배자를 검거하는 것이 전부였다. 또 대다수 경찰관이 고졸 이하로 학력이 낮아 검찰에 업신여김을 당하기 일쑤였다.

사이버교육 부문을 맡은 경찰교육원 소속의 김성헌 경장은 "네덜란드의 원조 덕분에 e러닝(e-Learning)을 위한 위한 기본적인 틀은 완성돼 있지만 콘텐츠가 매우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과학수사, 지역경찰, 반부패·내부비리, 피해자보호 및 성폭력 수사, 교육행정 등으로 영역을 나누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지 경찰과의 토론, 현장방문 등을 통해 과테말라 경찰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닷새간의 협의를 거쳐 대표단은 15일 과테말라 경찰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들을 1차로 정리해 발표했다. 과학수사 부문에서는 지문채취용 부자재 지원과 관련 교육 등을 제시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박영일 경감은 "향후 수사 및 사건처리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보다 많은 물질적 지원을 바라는 이들의 요구를 억제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이를 토대로 다시 과테말라 경찰과 논의를 벌였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e러닝 교육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제작은 어디서·어떻게 할 것인가, 동영상 편집 관련 프로그램은 어느 것을 배울 것인가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김 경장은 22일 과테말라 경찰과의 마지막 회의에서 △콘텐츠 제작지원을 위한 전문가 파견 및 초청 연수 △콘텐츠 제작 전용 스튜디오 조성 및 기자재 지원 △강의 자동녹화시스템 장비 도입 검토 등을 발표했다.

■'치안한류' 교류 그 이상의 가치

우리 경찰은 앞서 지난 3월에는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도 대표단을 보내 이들의 치안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국제협력단(KOICA)과 공공협력방식으로 모두 1350만달러를 투입하는 '중미 3개국 치안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선 온두라스에는 내년까지 550만달러를 들여 우범지역 내 폐쇄회로TV(CCTV) 250대를 설치하고 운영기법을 전수하기로 했다.


또 초청연수를 통해 CCTV를 범죄예방뿐만 아니라 추적수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수사능력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엘살바도르 역시 내년까지 420만달러를 투입, 차량번호인식용 CCTV 시스템(65대)과 CCTV 역량강화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CCTV를 수사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엘살바도르 경찰관이나 CCTV 관제요원을 국내로 초청해 이들의 전문성을 길러주기로 했다.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은 "우리 경찰이 외국에 치안시스템을 전수하는 사업은 경찰기관 간의 교류협력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현지 경찰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교민들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 치안 관련 산업의 수출시장 창출 등 다양한 연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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