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정책융자 금리 대출중도상환 수수료 등 이자율 상한 법안 발의
금융권은 직격탄
예대마진 지속 하락에 수익성 악화로 악재 시장 자체 붕괴 우려
정치권이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권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중 금융공공기관의 정책융자 금리와 민간 금융기관 대출중도상환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주 내 대부업체 최고 이자율을 낮추는 내용을 포함해 금융업권별 이자율 상한을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금융권에 또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금리인하 전방위 압박
2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가 하나같이 금융기관들의 이자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 서민들의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정책융자 금리와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의 대출중도상환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책공조를 통해 정책대출 금리가 시중 금리와 역전되는 현상을 막고, 기존의 대출자가 더 낮은 대출금리로 쉽게 갈아타는 길을 터주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안은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성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6월 중순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정책융자 금리와 대출중도상환수수료 인하 검토 필요성이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각종 정책금융이나 중도상환수수료, 각 부처들의 재정융자 사업들을 정부가 총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고정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훨씬 높은 경우 정부가 조정할 생각이 있는지, 또 금리가 내려갈 때도 있지만 올라갈 때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정책위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은 대출금리의 이자율 상한을 낮추기 위한 입법활동에 적극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여신금융기관들의 대출이자율 상한을 연 2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이번주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의원입법 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대부업체는 연 25%, 여신금융기관은 연 20%로 구분을 지어 법정 최고 이자율을 낮춘다. 현행 이자율 상한을 인하하는 것과 동시에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의 최고 이자율을 다르게 설정해 중간 수준의 금리 적용이 활성화되도록 법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금융권 울상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에 설상가상이 되고 있다. 금융권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방안들은 예금·대출금리의 차이를 더욱 좁히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실제 올해 1·4분기 국내 은행들의 NIM은 1.63%포인트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예·대금리차 역시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00억원(3%) 정도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방안은) 경기침체, 저금리 등으로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은행들을 더욱 옥죄는 조치"라며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업 발전을 위한 고민도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우선 금융권에서는 시장 자율로 결정해야 할 금리 부분을 정치권에서 기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금리 영역은 각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등 시장 자율성을 존중해 법으로 정해진 최고 상한 수준(34.9%)만 넘지 않도록 관리·감독권의 행사를 최소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법상 전 금융기관이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최고 이자율 수준만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각 업권별 회사들이 자체적인 여신심사를 통해 적용하는 대출금리 수준을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고 이자율을 인하하는 방안 역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시중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여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관들의 여신심사가 까다로워질 경우 사채, 미등록 대부업체 등 법적 보호가 불투명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대출금리 상한선이 3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대부업체는 '적자 영업'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0여개 대형 대부업체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인 대출원가 금리가 30.65%로 나왔다. 대부업체가 이자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30% 이상의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부업 관계자는 "이자율 상한을 30% 아래로 내릴 경우 (대부업)시장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상한 제한에 걸려 수익을 내지 못하는 대부업체들이 등록해서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기보다 불법적으로 대출영업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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