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벤처 신화' 팬택, 끝내 청산 수순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6 18:20

수정 2015.05.26 21:34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 550개 협력사 '벼랑 끝' 연쇄 도산 후폭풍 우려

'벤처 신화' 팬택, 끝내 청산 수순

대한민국 대표 '벤처 신화'인 팬택이 무너지고 말았다. 수차례 매각에 좌절한 팬택이 결국 새주인 찾기에 실패하고 26일 법정관리를 철회하면서 청산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팬택의 청산절차가 가시화되면서 임직원 11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500여개 협력업체에 연관된 약 7만여명의 생계도 벼랑 끝에 몰리게됐다.

■벤처신화에서 청산까지

26일 팬택 이준우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라며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팬택은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로 지난해 8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두차례의 공개매각과 한 차례의 수의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지난 1991년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무선호출기(삐삐) 제조사 맥슨전자에서 나와 설립한 팬택은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 자리까지 오르면서 '샐러리맨 신화'로까지 불렸었다.

2007년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워크아웃에 돌입한 팬택은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4년 8개월만인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굳어지면서 고전하다 결국 또다시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새주인을 찾기 위해 공개매각을 실시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달하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굳건한 시장체제에서 새로 팬택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팬택은 회생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 3월 팬택 팀장급 이상의 전 직책자가 결의문을 통해 회사가 생존하고 남은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회사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에는 3번째 매각시도가 무산되면서 1470여 명의 임직원들이 회사 생존을 위해 고난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결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청산수순에 돌입하게 되면서 무너진 벤처신화의 자리에는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청산절차 돌입예정

팬택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면서 앞으로 팬택에 남은 시간은 약 1개월 가량이다. 법원이 최대 15일 내로 폐지신청을 받아들인 후, 약 2주간 채권단 등으로부터 이의신청을 받는다. 여기서 소요되는 1개월 안에 인수대상자가 나타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지만 업계는 별 다른 이변이 없이 청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법원이 팬택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팬택은 파산법 영향을 받게 돼 채권자들은 파산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팬택의 남은 자산을 나눠갖게 된다.

팬택의 생산 설비 등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팬택의 자산은 총 2683억원이며 부채는 총 9962억원이다.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 폐지 명령 이후에는 남아있는 팬택의 유형 자산을 처리한 이후 매각대금을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단에 나눠준다.

■청산에 따른 후폭풍 커질 듯

이에따라 팬택의 청산으로 팬택에 부품을 공급했던 550여 팬택 협력사와 8만여명의 근무직원도 벼랑 끝 위기에 몰리게 됐다.지난해 8월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협력업체 중 절반 이상이 이미 폐업상태이거나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본격적인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연쇄 도산의 후폭풍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채무변제 우선순위에서 밀려 청산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팬택 파산으로 인한 대규모 연쇄 실직 발생 시 최근 증가하는 실업률 및 고용불안정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팬택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ICT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인재양성에도 힘써왔다"면서 "팬택이 사라질 경우 우수한 연구인력을 고용하고 양질의 연구환경을 제공할 기회가 사라지게 되며 이는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팬택이 쌓아온 기술들 역시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팬택은 지난 1·4분기 기준 등록특허는 4099건, 출원특허가 1만4810건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술기업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