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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의 청년 일자리 프레임

"개인적으로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도 내가 월급 좀 안 오르고 1년 일찍 그만두더라도 우리 아들딸 취직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두겠다."(5월 11일 기획재정부 출입기자 오찬간담회)

"아버지가 1~2년 더 다니고 월급 받는 게 더 중요한가, 아니면 아들딸이 취직하는 게 더 중요한가."(5월 25일 모 언론사 인터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최근 감성과 경험의 언어로 바뀌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막을 거둬들이겠다"는 날 선 화법이 "아버지 세대가 자식 세대를 위해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른바 '청년일자리 프레임'으로 전환된 건 지난 3월께부터다. 영원히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비정규직 처우개선' 프레임이 사라진 것도 이때부터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일자리 프레임은 고용노동부가 만든 것으로 안다"면서 "노사정 대타협 종료 약 3~4주 전 고용부에서 절치부심하더니 청년 대 기득권의 구조로 잡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대립적 구조를 해소해갈 수 있는 아주 유용하고 설득력 있는 프레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최경환답게 프레임을 잡는 데 있어선 "감이 굉장히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지난해 11월 연세대·고려대 등에 붙은 대자보 사건이 계기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씨 아저씨에게 보내는 협박편지'가 청년세대의 불만을 대변했다는 것과 이들 '미생세대'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미래 표심이라는 점이 최 부총리에게 관심을 제공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은 전체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와 유기적 연계를 갖지 못한 채 사실상 따로 놀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듯싶다.

최근 성장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아버지·자식 세대가 일자리를 나누는 구도로 전환시킨 이유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자리 문제는 경제 파이 키우기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지만 더딘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불안감, 내년 정년연장(만 60세) 의무화가 닥치면서 한정된 일자리를 부모와 자식이 나눠 먹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는 정규직 중심의 강성노조를 누그러뜨릴 감성의 전략이기도 하다.

최 부총리는 5월 28일 강원 춘천 강원대에서 가진 청년일자리·교육개혁 관련 간담회에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을 시사하며 '청년 고용절벽'이란 극단적 어휘를 사용했다. 올해와 내년 정책의 핵심이 청년일자리 문제 해소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일종의 '프레임의 진화'다.

프레임은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국민은 아버지 세대의 일자리 양보가 과연 자식 세대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최 부총리의 일자리 종합대책 구상이 발표된 당일 이날 행사에 대동했던 기재부 주무국장이 전보조치되는 인사가 이뤄졌다.
당분간 담당국장은 공석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담당하는 국장으로 발령난 지 채 9개월도 안 돼 바뀐 것이다. 청년 프레임이 또다시 불신의 프레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불안한 이유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