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남아 수입차 관세 철폐...日 활짝 韓 우울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3 14:49

수정 2015.06.03 14:49

아세안물품무역협정에 따라 오는 2018년부터 동남아 역내 자동차 수출입 관세가 철폐되면서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빅뱅'이 예상된다. 현지 수입차 관세가 철폐되면 동남아 지역에 생산공장을 다수 보유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어 유리하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동남아 판매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그나마 판매량이 많은 베트남 역시 수입차 관세 폐지를 앞두고 있어 일본차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줄거나 늘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태국에서 현대차는 2010년 3438대, 기아차는 같은 기간 744대를 판매했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1555대, 460대로 반토막이 났다.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은 베트남이지만 베트남 역시 동남아 생산 수입차에 관세를 폐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등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현재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베트남에 수입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확보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베트남 판매량은 2010년 3만 5015대 였으며 지난해에는 4만2360대로 늘었다. 현지 자동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던 차에 동남아 생산 수입차 관세 폐지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관세 인하는 베트남 수입차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지난해 1월 아세안 국가 수입차 관세가 60%에서 50%로 10%포인트 낮아지자 베트남의 완성차 수입 물량은 7만1000여대로 급증했다. 이는 대수로는 전년대비 102%, 금액상으로는 전년대비 120% 증가한 수치다. 추세가 이렇다보니 50%의 수입관세가 0%로 떨어졌을때 베트남의 수입차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베트남 공장 운영을 중단하고 인근 국가에서 생산한 차량을 베트남에 판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 역시 베트남 공장의 트럭 조립을 중단하고 아세안 회원국 생산라인에서 직접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관세를 물지 않는다면 부품 공급이 어렵고 인건비가 높아진 베트남보다 인근 동남아 국가가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한국은 베트남 완성차와 부품 공급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화물자동차는 즉시 철폐, 3000㏄ 이상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등에서는 10년 내 관세 철폐 혜택을 받았으나 아쉬움이 많은 조건이다. 특히 동남아에서 생산된 일본 완성차들이 '관세 제로' 혜택에 엔저까지 등에 업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다면 한국차의 경쟁력은 너무 떨어지게 된다.

KOTRA 하노이무역관 관계자는 "향후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한국 차량은 차종을 불문하고 아세안자유무역협정(ATIGA) 관세 양허 스케줄의 영향으로 점차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베트남 정부와 협력해 진출 기업들의 법인세·소득세 등의 세제 혜택 및 정부보조금 등의 인센티브 마련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 역시 이 협정으로 자국 자동차 산업이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2020년 베트남 자동차산업 발전계획 및 2035년 비전'과 연계해 한국은 베트남 현지 제조사들과의 공급망 가치사슬 형성으로 우리 기업은 가격경쟁력 혜택을, 베트남은 자국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의 전략적 상생협력 모델을 구상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은 현지 부품 공급회사가 부족해 생산비용이 인근 국가인 태국보다 수입 자동차 가격이 20~30% 높은 상황이다. 현지 부품시장은 거울, 유리, 배터리, 와이어, 의자, 타이어 등 기술함량 및 가치가 낮고 단순한 제품 생산에 그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 역시 일천하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높은 기술력을 갖춘 부품회사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와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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