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농업·기업 함께 크는 새 비전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사회적 역할 모델로 CSV의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CSV란 기업이 거둔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달리 기업과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즉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 사회가 발전해야 하고, 사회의 발전은 다시 기업 발전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 식품기업인 네슬레 네스프레소 사업부가 좋은 사례로 꼽힌다.

네슬레 네스프레소 사업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커피 원두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피 재배농가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네슬레는 아프리카와 남미에 기반시설을 갖춘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커피 소농가들을 입주시켰다. 입주한 소농가에 대해선 고품질의 커피를 재배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필요한 자금도 지원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네슬레는 2000년부터 매년 30%가량의 경이적 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다. 네슬레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농가의 기술력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CSV를 실행하고 있다. 특히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상생협력을 통해 기업들은 신선하고 건강한 우리 농축산물을 공급받아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농업인은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해 수익을 늘릴 수 있게 됐다.

CJ그룹은 콩나물콩 품종개량에 투자하고 농가와 계약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인력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콩 기계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또 '계절밥상'을 통해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하는 등 유통구조 혁신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농심은 '수미'라는 국내산 감자만을 사용하는 감자칩 생산을 위해 600여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으며 감자 저장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 4월 경남 의령군에 국내 최초의 제빵용 우리밀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등 국산 밀을 포함한 우리 농축산물 사용을 확대하고 파리바게뜨를 통해 우리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을 해외에 수출, 홍보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게 될 중국의 차오마마와 미국의 햄튼 그레인즈도 고부가가치 가공식품 생산을 위해 각각 한국RPC협회, 한국과수농협연합회와 상생협약을 했다. 이 외에도 매일유업, 아모레퍼시픽, 롯데마트, 이마트 등이 농업과 상생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통해 기업에 대한 농업 부문의 신뢰를 쌓고 상생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일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12조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시장개방이 확대되는 지금이야말로 농업과 기업의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확산시켜 우리 농식품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농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보기술(IT)·생명기술(BT) 등 첨단기술로 부가가치를 더하고, 2·3차 산업과 융복합되는 창조농업,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수출농업을 실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자본, 마케팅, 연구개발(R&D), 네트워크 등을 농업부문이 활용할 수 있다면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는 기업과 농업이 상생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그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더 많은 기업이 농업과 함께 행복한 동행의 길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비즈니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최고 상품과 브랜드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과 농업의 상생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