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노동일 칼럼] 무능함의 원인을 묻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9 17:15

수정 2015.06.09 17:15

[노동일 칼럼] 무능함의 원인을 묻자

"이번에는 질병관리본부 해체?" "메르스 치사율은 40%지만 출장명령을 거부하면 치사율 10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메르스 기사마다 어김없이 댓글이 달린다. 각종 미확인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중 앞의 두 이야기는 사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우리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총체적으로 허둥대는 정부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없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하지만 국민에게는 매뉴얼 따로 행동 따로로 보일 뿐이다.

이번 사태에서 두드러진 것은 일반 국민의 행동양식이다. 세월호 사고 때는 국민이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감염자 혹은 접촉자 모두 언제 나의 일이 될지 모른다. 내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이 직접 감당해야 할 몫이 큰 사례다.

세월호 참사 때는 정부를 질타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 혹은 실패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해경 해체와 국민안전처 신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서둘러 내놓은 극단적 처방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에는 "질병관리본부를 해체하나"라는 댓글은 바로 그런 졸속에 대한 국민의 냉소적 반응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또다시 여러 대책을 쫓기듯이 내놓고 있다. 1200억원의 예산으로 국가재난병원을 짓겠다는 여야 합의가 대표적인 졸속 사례다. 공공병원이나 병상이 부족해서 메르스 사태가 커진 게 아니다. 정부 부처 간 긴밀히 협조만 되었어도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했다.

환자 발생 후에도 정보공유만 있었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이미 충분한 민간병원의 시설과 인력을 메르스와 같은 재난상황 시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시스템 정비가 향후 과제가 돼야 한다. 진단도 하기 전 처방부터 내놓은 것은 세월호의 복사판이 되기 십상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반드시 복기해야 할 것은 국민의 의식과 행태에 관한 것이다.

독일에 사는 한 지인은 고국을 걱정하며 경청할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독일에서는 감기만 걸려도 의사가 1주일간 집에서 쉬도록 하는 처방을 내린다. 환자 본인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주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가벼운 감기라도 이를 무릅쓰고 출근하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막는다. 우리는 어떤가. 감기라고 1주일간 쉬겠다는 회사원이 있다면 댓글에서 농담처럼 얘기했듯이 치사율 100% 아니겠는가. 이런 무신경함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행태가 메르스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든 큰 요인이다.

늦긴 했지만 정부의 총력 대응과 우리 의료진의 실력을 볼 때 메르스 사태는 곧 진정될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메르스로 인해 총체적인 국가의 무능함이 드러났다면 철저하게 그 원인을 따져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대상이 돼야 한다. 국회 특위가 할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조사)청문회도 열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널리 구해야 한다. 제발 부탁이다.
이번에는 졸속대책으로 눈가림하고 끝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