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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뉴어 보팅'통한 장기 투자자 육성...적대적 M&A 방어 효과적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2 15:16

수정 2015.06.12 15:16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공격에 나서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화두로 떠올랐다.

각각의 주식마다 다른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은 물론 일정 기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테뉴어 보팅'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장기 로드맵을 지지하기보다는 단기 성과에만 몰입하는 폐해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를 장기 투자로 유도하고 창업주나 경영진에게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자는 주장이다.

12일 서울대 이동기 교수는 "장기투자자와 단기투자자는 그 목적이나 수익 추구 방식 등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의결권 수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며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달리 하는 테뉴어 보팅 제도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익을 노리거나 목적성을 띠고 투자하는 초단기투자자들과 창업 당시부터 오랜 기간 회사와 함께한 투자자 사이에 차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합병이나 경영진 선임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표싸움에 돌입하게 되면 동조 세력을 끌어들여 초단기 투자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자를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선언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대량 내놓았지만 앨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분 보유를 선언한 이후에는 오히려 가장 큰 매수 주체로 탈바꿈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지난 3일까지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324만주(2.07%)를 팔았다. 하지만 이후 의결권을 가지는 권리주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난 9일까지는 298만주(1.95%)를 사들였다. 엘리엇의 발표 이후 이에 동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다수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면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보유 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달리하는 테뉴어 보팅이 도입됐다면 이에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지난해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1주당 2의결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도록 법을 손질했다. 유럽의회도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거나 추가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등 혜택을 부여하는 주주권리행사 지침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신경대 문준우 교수는 "프랑스 기업들은 테뉴어 보팅 제도를 통해서 장기주주를 회사의 동업자로 육성하고 있다"며 "보통주 1주당 하나의 의결권만 부여하는 현재 제도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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