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산업기술 유출 대책 마련 서둘러야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4 17:03

수정 2015.06.14 17:03

[데스크 칼럼] 산업기술 유출 대책 마련 서둘러야

최근 지인의 친구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2억원 넘는 연봉과 저택 및 차량 제공 등 각종 인센티브까지 제시해 이직을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전자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로 기술개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회사를 옮겼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요즘 들어 산업계에 헤드헌터를 통한 외국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가 크게 늘었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이 같은 헤드헌트를 통한 스카우트는 산업기술을 빼내기 위한 외국 기업의 의도된 제안이 상당수다. 외국 기업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유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핵심인력 스카우트와 함께 고급 기술까지 가져 오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문제는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산업기술 유출이 오랜 시간 일구어 온 기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전쟁시대에서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인력 매수 및 스카우트, 해외 체류 자국인 포섭 등 합법·비합법을 불문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침해행위도 치열해 지난 6년간(2009년~2014년 9월) 정부기관이 적발한 불법 기술 유출만 253건이나 된다.

정부 관계자는 "주로 고액 연봉 등 금전적인 보상을 미끼로 핵심 연구인력 및 임원급을 대상으로 인력 유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협력·용역업체를 활용한 기술유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기술 보호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국외로 유출되는 기술의 예상 손실액이 연간 50조원에 달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산업스파이에 의한 국부유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련기관 수사 전문 인력 양성과 조직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산업스파이 범죄가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 기술유출 혐의자에 대한 휴대폰 감청 등 수사목적상 통신제한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에 '산업스파이'가 포함돼 있지 않아 관련 수사기관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입법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물론 인권침해 등 부작용도 우려되기 때문에 국회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처럼 해외에서 들어오는 불법 금융거래 등 자금 흐름 추적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도 사안별로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스파이들은 항상 상대방을 거액의 돈으로 매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정원 등 관련 수사기관의 자금 흐름 추적이 필수적인 것이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기술 유출이 적발되더라도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 규모에 비해 단기징역이나 집행유예 등 '송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산업기술 유출이 국민과 국가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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