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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메르스 등 감염병 전파 과정 푸는 열쇠로 떠올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7 15:52

수정 2015.06.17 15:52

KT는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손잡고 사람 및 차량 이동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간의 연관관계 분석을 통한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올 초 예측한 결과(왼쪽)와 실제 AI가 발생한 지역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KT>
KT는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손잡고 사람 및 차량 이동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간의 연관관계 분석을 통한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올 초 예측한 결과(왼쪽)와 실제 AI가 발생한 지역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kt>

빅데이터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전염병의 확산 과정을 풀어내는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예측·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메르스 환자들이 이동한 경로와 지역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신종플루 사태 등을 겪으면서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활용한 신종 바이러스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질병의 징후를 포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처 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고 관련 예산도 부족해 대책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美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터' 적극 활용

17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의 병원 방문일자와 진료기록 등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그들의 이동 경로와 밀접 접촉자 등 격리 대상을 지금보다 훨씬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도에 해당 정보를 표시하면, 각 지역의 발병 위험도와 확산 흐름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IBM의 '시공간적 전염병 모델러(STEM)'를 꼽을 수 있다. STEM은 미국 전역의 인구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각 지역의 도로 및 항공의 교통 정보와 조류 이동 경로 등을 감안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경로를 추정한 바 있다. 이른바 '전염병 확산 시뮬레이터'를 통해 보건 당국자는 신속한 후속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

또 미국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헬스맵(HealthMap)'은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열흘 가량 먼저 에볼라 발생을 예견해 화제를 모았다. 헬스맵은 각종 소셜미디어와 뉴스 등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 빅데이터 예측기술을 통해 전염병 징후를 포착했다.

미국의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당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에볼라 지도'를 제작해 각 의료기관과 공공기관들이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측은 "주요국의 방역기관들은 각종 전염병이 돌 때 이런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들을 이용한다"며 "국제공동연구팀이 만든 '세계 전염병·이동성 모델(GLEaM)' 등은 감염병 유행시기와 지역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특정 바이러스에 강한 인종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이 이뤄지면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는 게 학계 분석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헬스맵(HealthMap)'에 나타난 현재 한국의 메르스 전파 현황 <자료 : 헬스맵 캡처>
미국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헬스맵(HealthMap)'에 나타난 현재 한국의 메르스 전파 현황 <자료 : 헬스맵 캡처>

■KT, 빅데이터 활용 'AI 확산 대응책' 마련

국내에서는 KT의 'AI 예측모델'이 정부의 재난관리 분야 빅데이터 접목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KT는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손잡고 사람 및 차량 이동과 AI 확산 간의 연관관계 분석을 통한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KT는 "KT의 기지국 통계 데이터와 농식품부의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 데이터를 융합해 AI의 확산이 사람·차량의 이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며 "선제적 방역이 시급한 지역을 예측해 AI 확산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KT의 'AI 확산 대응책'이 구체화 될 경우,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다른 질병으로 확대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ICT 인프라 활용한 바이러스 대책 시급"

그러나 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뛰어난 ICT 인프라에 비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미래부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가 '사회문제해결 연구개발(R&D)'과제의 일환으로 '감염병 위기로부터 조기 감시 및 대응기반 확보'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지만,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당시 미래부는 이 과제를 통해 '감염병 변이 확산 예측 시뮬레이션' 등 원천기술 개발을 맡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해진 상태다.


또 우리 정부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부처 간 칸막이'도 걸림돌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을 통해 환자의 병원 이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교통카드 이용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도 충분하지만, 각각의 자료가 해당 기관에 갇혀 있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ICT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전 세계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미래부가 보건복지부 만큼이나 주무부처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빅데이터 등 ICT 인프라를 활용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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