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저물가 시대? 월세 갈아타보니 남 얘기!

어느 40대 가장의 팍팍한 살림살이
전세 대신 월세로.. 전세가율 70% 넘는 시대 집주인 "월세로 돌려라" 세입자 매달 부담 더 늘어
허리띠 졸라매고.. 대출이자에 월세 이중고 식료품 등 소비 줄였지만 가뭄에 농산물 올라 한숨


'저물가' 시대입니다. 신문·방송에는 디플레이션 경고가 계속 나올 정도로 물가가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40대 평범한 가장의 눈으로 보기에는 '저물가'라는 단어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이유는 전.월세와 같은 집값 때문입니다. 올해 초 전세계약이 만기가 됐습니다.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고 해서 이사를 하기보다는 전세계약을 연장하려는 생각으로 주인과 잘 이야기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주인과 만나기 전 걱정되는 점은 요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전세가율 70% 시대'라는 흉흉한 이야기였습니다. 즉 매매가격이 3억원인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최소 2억1000만원을 전세보증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1.5%(5월 KB주택가격 동향)이며 제가 살고 있는 강북 지역은 70.6%에 이릅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높은 전세가율로 얼마의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지 걱정하는 저에게 월세 전환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어도 몇 푼 되지 않으니 또박또박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변지역으로 집을 옮길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나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른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전세가 있다 하더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습니다. 전세가율은 수요가 많은 중소형 평수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저같이 중소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전세가율 80%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 조사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물가가 2.2% 상승하는 동안 전세 가격은 6.6% 올랐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다 내리는데 전세 가격만 고공행진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이사비용이나 부동산 중개료 등을 고려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것보다 주인의 요구대로 월세로 갈아타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계약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60만원으로 했습니다. 보증금을 더 올려 월세를 줄여보려 했지만 주인의 완강한 반대로 어려웠습니다.

집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면서 우리 가계는 재산 축적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일단 월 고정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월세로 전환하며 일부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빚을 상환했지만 여전히 빚이 남아있습니다. 그 덕분에 월 이자비용으로 8만7514원(통계청, 가구 올 1.4분기 월평균 이자비용)가량이 나가며 원금 상환까지 하면 20만원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고정적으로 월세가 60만원이 나가니 어쩔 수 없이 적금 하나를 깼습니다.

적금 하나 줄이는 것으로 부족해 소비도 줄였습니다.

먼저 옷이나 신발 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월평균 20만원이 넘던 의류.신발 소비를 15만4727원(통계청, 1.4분기 월평균)으로 줄였습니다. 장바구니도 가볍게 해 35만1419원(통계청, 1.4분기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으로 줄였습니다. 하지만 줄인 것이 티가 안 납니다. 요즘 가뭄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지난달 2.7%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오르다보니 소비를 줄여도 소용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교육비도 좀 줄이기로(통계청, 1.4분기 월평균 34만291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 결정했습니다. 가계 소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비이다 보니 안 줄일 수 없었습니다. 요즘에는 경조사비용(가구 간 이전지출)도 부담스러워 줄여나가는 상황입니다. 지난 1.4분기 제가 쓴 경조사비는 월 25만87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줄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4.4분기 한 차례 크게 줄여(5.8%) 더 줄이기 힘들어서입니다.


사실 쉽게 생각해서 월세가 나가는 만큼 저축을 줄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끝내고 내집 마련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보니 현재의 저축은 줄이지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받는 월급을 생각하면 먹을 거 줄이고, 입는 거 줄이면서까지 저축해도 집을 산다는 것은 요원하더군요.

이런 풀리지 않는 고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물가에도, 저금리에도, 전셋값이 내려도 서민들은 걱정이니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언제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요. 언제나 생활이 나아질까요.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