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최경환의 선택

초이노믹스에 책임져야.. 장관직 스펙쌓기용 안돼

장관과 국회의원 중에 어느 게 더 좋을까. 장관을 고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장관은 적게는 수천명, 많게는 수만명 직원을 거느린다. 이력서에 쓰기도 더 번듯해 보인다. 그만둬도 평생 장관 타이틀이 붙는 건 덤이다. 진짜 부러운 건 국회의원 겸직 장관이다. 꿩 먹고 알 먹기다. 현 정부에도 이런 행운남들이 꽤 있다. 일등공신은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다. 청문회에 서겠다는 인재를 국회 밖에선 찾기가 쉽지 않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까발려질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빈자리를 의원들이 메우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청문위원들은 동료 의원 출신 후보자에게 약하다.

이제 질문을 던져보자. 겸직자들은 장관·의원 가운데 어떤 직업을 선호할까. 의문의 여지 없이 의원직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서 장관은 잘해야 1~2년 비정규직이다. 반면 의원직은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4년이 보장된다. 잘하면 세 번, 네 번도 할 수 있다. 의원은 장관에게 호통을 치는 거의 유일한 자리다. 그러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직에 애착을 보이는 것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는 작년 7월에 취임했으니 이제 1년 가까이 된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늦어도 내년 1월 중순 전에 장관직을 내놓아야 한다. 그의 장관직 사퇴는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잠깐, 과연 최 부총리가 장관직을 버리고 총선에 출마하는 게 최선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최 부총리는 3선(경북 경산)의 중진 의원이다. 부총리를 맡기 전 집권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경제사령탑이 된 뒤엔 '초이노믹스'란 신조어가 나올 만큼 경제 회생에 힘을 쏟았다. 시나브로 '근혜노믹스'는 사라졌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초이노믹스 학점은 별로다. 4대 구조개혁은 채 발도 못 뗐다. 재정확대 정책도 별 재미를 못 봤다. 수출은 가파른 하락세다. 경제는 메르스 수렁에 빠졌다.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여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걸로 본다. 이 마당에 경제팀 수장이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부총리직을 내놓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아무리 애써도 곱게 보이질 않는다.

나는 최 부총리에게 불출마 선언을 권하고 싶다. 대신 '경제 전사'로 거듭났으면 한다. 이제 총리대행의 짐도 덜었으니 오로지 경제에만 힘을 쏟으면 된다. 그의 지역구는 여당 텃밭이다. 최 부총리 아니라도 야당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의원직을 포기하는 순간 최 부총리에겐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1년간 열심히 뛰느라 지친 걸까, 요즘 최 부총리의 에너지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다시 신발끈을 조일 때다. 기재부는 곧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메르스 극복을 위한 추경도 편성하고 새해 예산도 짜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모든 일의 총괄 책임자는 경제부총리다.

미국에서 장관들은 흔히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 반대로 아베 신조 총리 이전 일본은 정권도 장관도 하루살이 목숨이었다. 한국은 일본과 도긴개긴이다. 1년도 못 채우는 장관들이 수두룩하다. 오죽하면 장관이 스펙쌓기용이냐는 비아냥이 나올까.

나는 최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장수장관이 되길 바란다. 지금 부총리직을 버리면 참으로 무책임하다. 정책에 장관 이름이 붙는 건 영광이다. 그만큼 무한책임을 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최 부총리가 그만두면 초이노믹스도 공중에 붕 뜬다.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장관이 몇이나 될까. 그나마 '최경환'은 귀에 익은데 또 바꾸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역구 의원으로 안주할 거라면 차라리 가을 정기국회 전에 장관직을 버리는 게 낫다. 새해 예산은 후임자에게 맡겨라. 그러나 의원직을 넘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면 결자해지의 각오로 의원직을 버려라. 물론 나는 최 부총리가 후자를 선택하길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