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초 확진이 있은 지 16일 뒤에야 메르스 관련 의료폐기물을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확진자가 36명으로 늘어난 시점이다. 자가격리자의 폐기물에 대한 대책은 한달 만에 내놨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비말 외에도 문손잡이, 화장실, 가드레일 등 곳곳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뒷북' 논란이 일 전망이다.
메르스 폐기물 안전관리 대책은 통상적인 격리폐기물이나 생활폐기물 관리기준을 강화한 것을 말한다.
23일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20일 1번 환자가 국내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16일이 흐른 이달 4일에서야 '제1차 메르스 의료폐기물 수거·처리 특별관리대책'이라는 것을 만들어 병원과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특별관리대책은 당초 병원에서 적용하는 격리폐기물 관리기준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격리폐기물은 별도의 소독 절차 없이 합성수지 전용용기에 담아 조직물류 창고에 7일까지 냉장보관하면 되지만 메르스폐기물은 전용용기 투입 전·후 소독을 거쳐 냉장 상태에서 1~2일 이내 소각토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병원과 관계기관은 이마저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은 정부가 병원 명단을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산 우려가 없다'고 호언장담했을 때다.
실제 환경부의 '메르스 폐기물 발생량 및 소각현황 자료'에도 이틀이 지난 6일부터 집계돼 있다. 자료를 보면 6일은 발생량과 소각량이 0kg에 가깝다. 이후 7일부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집계 5일째인 12일에 3만kg까지 발생·처리했고 17일에는 6만kg을 넘어섰다.
지난 21일까지 총 발생량은 9만5784kg, 소각량은 9만4460kg이다. 발생량과 소각량이 차이가 나는 것은 병원 내에 보관 중이던 1324kg이 조사시점에 아직 소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집계 하루 전인 5일 종합·지역 상황실을 운영하며 수거·처리대책 이행여부 점검에 들어갔다.
병원 입장에선 처리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정부의 점검에 부랴부랴 대책을 이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메르스 자가격리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와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제2차 격리의료폐기물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내놓고 22일부터 시행토록 했지만 마찬가지로 뒤늦은 성격이 짙다. 이날 현재까지 메르스로 인해 격리를 경험했거나 경험 중인 누적 격리자는 모두 1만3164명이다.
메르스 자가격리자 발생 폐기물은 2단계 방식으로 처리된다. 1단계는 보건관계자가 단순 자가격리자의 가정에 방문할 경우 전용봉투와 소독약품을 활용해 가정의 생활쓰레기를 소독한 뒤 전용봉투에 넣은 다음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2중으로 밀봉·배출한다.
2단계는 자가격리 중에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발현되거나 확정 판정을 받은 경우 적용된다. 이때는 가정에서 발생된 폐기물을 전용봉투에 넣기 전과 후에 각각 소독해 보관하고 있으면 관계자들이 찾아와 전용봉투를 밀폐용 합성수지 전용용기에 다시 넣어 소독하고 당일 소각 처리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 등을 고려해 그동안은 생활폐기물로 처리했다"면서 "국민 불편과 불안감 해소될 때까지 지속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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