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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무엇을 위한 고교 무상교육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5 16:57

수정 2015.06.25 16:57

[여의나루] 무엇을 위한 고교 무상교육인가

교육부가 2016년부터 고교무상교육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2016년에 읍·면·도서지역 고교무상교육 실시를 위해 2461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교육부에 의하면 고교무상교육 실시지역이 단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관련 예산은 2017년 1조2234억원, 2018년 2조545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교무상교육은 학부모 부담 완화라는 명분에서는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고 생각된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고교무상교육은 교육기회 확대의 의미는 없고 학비부담 완화를 통해 양극화 해소나 소득분배 개선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학교 졸업생의 대부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기 때문에 고교무상교육을 한다고 추가적으로 진학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면 과연 고교무상교육이 소득분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무상교육 실시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소득분배 개선효과는 작다고 생각된다. 현재 중위소득 50% 미만자의 자녀는 이미 고교학비를 지원받고 있어 추가적인 혜택이 없다. 아울러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과 많은 중견기업 직원들 자녀도 고교 학비를 이미 지원받고 있다. 현재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고교학비를 지원받는 학생이 전체의 60%라고 한다. 이들은 무상교육 혜택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다만 학비를 지원하는 주체가 당해 기업에서 정부로 바뀌었을 뿐이다. 학교 급식비보다는 고교 학비를 지원하고 있는 직장이 더 많으므로 고교무상교육 혜택의 체감도는 무상급식 추진 때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고교무상교육의 최대 수혜자는 학비를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고교무상교육의 실질적인 수혜 계층은 현재 자비로 교육비를 부담하는 자영업자와 회사의 지원을 못 받는 일부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 거액 자산가 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고교무상교육 수혜자 중 정부가 도와주어야 할 계층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매년 세입이 부족해 국채를 발행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고교무상교육이란 이름으로 거액의 예산을 고소득층이나 기업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둘째, 고교무상교육은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무상급식 등의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시설비 등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크게 줄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고교무상교육이 추가로 실시되면 교육시설 투자나 학습여건을 위한 예산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공교육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막대한 사교육비이다. 공교육의 질 저하로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신분상승을 위한 기회는 더욱 적어질 것이고 중산층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학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고교무상교육으로 추가 혜택은 없고 공교육 질만 저하돼 오히려 손해가 된다.

가난한 집 자녀들이 공교육만 잘 받으면 성공할 수 있는 교육 제도가 양극화 해소 대책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대한 학비지원은 선별적으로 장학금 제도를 확충함으로써 고교무상교육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이후 고교무상교육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매년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막대한 예산을 기업지원 등 포퓰리즘적 복지 증대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충실화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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